테두리에 대하여

by 이 경화


우리는 저마다의 테두리 속에서 살아간다. 그것은 틀이라기보다 보호막이자 쉼터가 되어주는 따뜻한 경계선이다. 누군가에게는 가정이, 누군가에게는 사랑이, 또 누군가에게는 신앙이 그 테두리가 된다.


테두리는 우리를 가두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안에서 우리는 더 자유롭게 숨 쉬고 내면의 빛을 키워나간다. 바람이 불어와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도록, 눈이 내리고 비가 쏟아져도 스며드는 온기가 있도록, 그 테두리는 포근하게 우리를 감싼다.


때로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단단한 테두리를 세우기도 하고, 누군가를 받아들이기 위해 부드럽게 열어두기도 한다. 테두리는 관계의 시작이자 끝이며, 우리를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다리가 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테두리를 만든다. 때론 그것이 한 사람의 손길로 그려진 얇은 선처럼 보이기도 하고, 때론 오랜 시간 다져진 돌담처럼 단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테두리는 마음을 지키기 위해 세워지고, 어떤 테두리는 용기 내어 나아가기 위해 허물어진다. 우리는 그 경계를 넘나들며, 안과 밖을 오가며, 세상과 자신을 이해해 간다.


어떤 테두리는 닫힌 문 같고, 어떤 테두리는 열린 창 같다. 때로는 문이 닫혀 있는 것이 더 따뜻할 때가 있고, 창이 열려 있는 것이 더 아늑할 때가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모양이 아니라 그 안에 깃든 온기다. 때로는 흐트러진 선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자신을 발견한다.


머물기도 하고 떠나기도 하며, 손을 내밀기도 하고 거두기도 하며, 우리는 그렇게 테두리 안에서 숨 쉰다. 어떤 날은 그 경계가 조용히 나를 감싸주고, 어떤 날은 부드럽게 밀려나간다. 그렇게 우리 삶은 물결처럼 이어지고, 테두리는 그 흐름을 따라 변해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는 문득 깨닫는다. 우리가 머물렀던 자리, 우리가 지나온 길, 우리가 닿았던 손길들 속에도 수많은 테두리가 존재했음을. 사랑했던 사람과 나누었던 따뜻한 대화 속에도, 오해와 상처로 멀어졌던 관계 속에도, 다시 돌아가고 싶은 기억 속에도 테두리는 흐릿한 선으로 남아있다. 그것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우리의 마음 한편에서 희미하게 빛난다.


우리는 때때로 그 테두리를 따라 걸어간다. 지나간 길을 다시 돌아보기도 하고, 아직 걷지 않은 길을 조심스럽게 내디뎌 보기도 한다. 어떤 테두리는 가까워질수록 더 선명해지고, 어떤 테두리는 멀어질수록 더 아련해진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모든 테두리가 우리를 더욱 깊은 곳으로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닫혀 있던 문이 어느 날 열릴 수도 있고, 열려 있던 창이 조용히 닫힐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모든 순간 속에서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서 있는가, 그리고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가이다.


테두리는 때로 경계가 되고, 때로는 쉼이 된다. 그 안에서 우리는 잠시 머물러 숨을 고르고, 다시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간다. 그렇게 우리는 끊임없이 걸어가며, 그 걸음마다 또 다른 테두리를 만들어간다.


그리고 이제, 너는 어디에 서 있는가. 문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가, 아니면 이미 걸음을 내디딘 후인가. 손끝으로 흐릿한 선을 더듬으며, 그 너머를 바라보고 있는가. 문득 돌아보았을 때, 그 테두리가 더 이상 선명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당신과 내 안으로 스며든 것은 아닐까. 당신과 나 자신이 곧 테두리가 되고, 테두리가 곧 너로 이어지는 순간이 오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경계를 따라 걷는다. 그리고 어느 날, 그것이 전부였음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