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성공에 집착하는 당신에게
어떤 인생이 성공한 인생일까?
수 십억을 버는 자산가가 되면 성공한 인생일까?
아니면 많은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높은 자리에 오르면 성공한 인생일까?
그렇다면 과연 얼마나 많이 벌어야 성공일까?
얼마나 높은 곳에 올라야 성공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돈이 많다고, 명예를 얻는다고 성공이라 말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절대 아닐 것 같다.
예전에 직장생활을 할 때, 직장 상사였던 부장님은 야근을 할 때면 입버릇처럼 말했다. 본인은 자녀가 셋이나 되는데, 단 한 번도 자녀의 입학식이나 졸업식에 간 적이 없다고. 그만큼 회사를 위해 온몸을 바쳤고, 덕분에 승진도 빨랐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는 했다.
물론 야근을 독려하기 위해서, 잦은 주말 근무에 힘내라고 한 말이겠지만, 너무나 자랑스러운 태도에 깜짝 놀라고는 했다. 왜냐하면 그 부장님이 굉장히 불행한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올랐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졸업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 수학여행을 가게 되었다. 그런데 당시 집이 워낙 가난하고 힘들었던 터라 할머니께 '집에 돈도 없는데, 무슨 수학여행이냐고, 수학여행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썼다. 할머니는 손주의 투정이 안쓰러웠는지, 고이 간직해 두었던 5만 원을 꺼내 쥐어주었다. 거기에 모아두었던 만 원을 더해 총 6만 원을 들고 수학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너무 즐거웠다. 첫 1박 2일 여행이었고 목적지는 경주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형 버스로 이동하며 친구들과 시시콜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즐거웠고, 새로운 곳을 다닌다는 것에 대한 설렘이 있었다.
그런데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일이 터졌다. 가방을 두고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 가방에 두었던 6만 원이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울상이 되었다. 돈을 잃어버린 사실을 안 이후부터는 주변을 둘러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대화도 없이 혼자 땅만 보고 걸었다. 머릿속에는 온통 잃어버린 돈에 대한 생각뿐이었고, 친구들 몰래 눈물을 그렁그렁한 채 여행을 계속해야 했다.
심지어 저녁에 캠프파이어를 하며 초 하나씩 들고 부모님의 사랑을 일 깨워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다들 부모님을 생각하며 눈물 흘릴 때, 나는 잃어버린 6만 원을 생각하며 서글프게 울었다. 결국 다음 날도, 여행이 끝날 때까지 하루종일 우울증 환자 마냥 울상인 채 있다가 돌아왔다.
지금 생각하면 땅을 치고 후회하는 일 중에 하나다. 너무 한심했다. 그깟 6만 원이 뭐라고 초등학교 마지막 추억을 그렇게 날려버린 사실이 화가 났다. 아름다운 풍경이나 유적지도 보지 못했고, 친구들과 만들 수 있던 추억의 시간 모두 지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단 돈 6만 원 때문에.
그런데 요즘에도 나와 같은 실수를 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몇 십만 원 더 벌기 위해서 가족과의 약속을 자꾸만 뒤로 미루고, 조금 더 높은 자리에 오르고자 가족이 필요한 행사에 가지 않는다.
과연 지금 선택이 나중에 생각했을 때도 옳은 선택일까?
몇십만 원, 승진 따위가 십 년 후에도 중요한 가치일까?
결국 시간이 지났을 때 후회하지 않을까?
돈보다 중요한 건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지금 곁에 있는 사람, 가족이 되었든, 연인이 되었든, 친구가 되었든, 누가 되었든 곁에서 힘을 주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돈은 다시 벌 수 있으니까, 성공은 다시 도전해 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시간은, 나아가 인간관계는 한 번 무너지면 회복이 쉽지 않다. 그러다 시기를 놓쳐버리면 영영 돌릴 수 없게 되기도 한다.
만약 일과 성공에, 돈과 명예에 집착하고 있다면 잠시만 모든 걸 내려놓고 주변을 돌아보는 건 어떨까? 어쩌면 주변에 돈과 명예보다 더욱더 소중한 누군가가 당신이 바라봐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단돈 6만 원에 소중한 추억을 잃어버린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