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망가지기 직전에야 바뀔까

바꿔야 할걸 알면서도 우리는 왜 늘 내일부터라고 말할까

by The 늦기 전에

우리는 왜 항상 내일부터 시작할까.


해야 할 건 이미 알고 있다. 끊어야 하고, 바꿔야 하고, 말해야 한다는 것. 건강도 그렇고, 관계도 그렇고, 미뤄둔 결정들도 그렇다. 모르는 게 아니라, 알고도 남겨두는 쪽에 가깝다. 그런데도 오늘은 그대로 둔다. 굳이 하루를 더 미룬다. 이유는 단순하다. 아직 살 만하기 때문이다.


조금 힘들어도 버틸 만하고, 조금 불편해도 견딜 수 있다. 당장 무너지지 않으니까 굳이 오늘 바꿀 이유가 없다. 사람은 생각보다 약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잘 버텨서 안 바뀌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대부분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움직이지 않는다. 정말 이상한 건, 좋아질 수 있다는 이유로는 잘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망가질 수 있다는 예감 앞에서는 갑자기 진지해진다는 점이다.


나도 그랬다. 끊어야겠다는 생각은 수없이 했다. 건강검진도 받았고,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느낌도 있었다. 아침마다 목이 잠겨 있었고, 기침이 길게 이어지는 날도 있었다. 그런데도 안 바뀌었다. 불편했지만, 아직은 괜찮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사람은 더 나아지기 위해 움직이기보다, 더 나빠지기 싫어서 움직일 때가 많다. 그래서 대부분은 이미 늦었다고 느끼는 지점 가까이 가서야 멈춘다. 그전까지는 계속 미룬다. 오늘은 피곤해서,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라서, 조금만 더 생각해 보고. 그럴듯한 이유는 언제나 있다.


그러다 어떤 순간이 온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일 수도 있고,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장면 하나일 수도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이상하게 오래 남는 순간. 그게 마음속 어딘가에 쌓이다가 어느 순간 선을 넘는다.


그때 사람은 바뀐다. 밖에서 보면 갑자기 달라진 것처럼 보인다. 하루아침에 결심한 것 같고, 단번에 정신을 차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미 오래전부터 흔들리고 있었고, 이미 오래전부터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던 것이다. 결정은 그날 내려진 것 같아도, 사실은 그전부터 계속 만들어지고 있었던 셈이다.


우리는 늘 내일부터 바꾸겠다고 말한다. 그 말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원하는 모습의 내일이 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내일은 계속 뒤로 밀리고, 같은 오늘만 반복된다. 그렇게 미루는 동안 몸은 더 익숙해지고, 관계는 더 어색해지고, 선택은 점점 어려워진다. 바꾸지 않은 시간이 쌓일수록, 바꾸는 일은 더 큰 결심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끝까지 바꾸지 못한다.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라, 내일이라는 말이 너무 편해서다. 정말 바뀌는 사람은 딱 한 번 다르게 말한다. 내일부터가 아니라, 오늘이라고.


그리고 그날은 대개 특별한 날이 아니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하루다. 다만 하나만 다르다.

이번에는 미루지 않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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