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은 퇴근할 때가 되어서야 겨우 시작할 수 있었다.
팀장은 면담 시작과 동시에 끊임없이 훈계를 뱉어낸다.
사회가 만만하지 않다, 집 떠나면 고생이다...
"그래, 말해 뭐 하냐. 네가 직접 느껴봐야 알지"
마지막 잔소리를 끝으로 저녁 시간을 훌쩍 넘겨서야 면담은 끝이 났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어, 그래 그래"
대답하는 둥 마는 동하는 팀장을 뒤로하고 짐을 싸서 나오니,
밖에서 상준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동기라고 송별회를 위해 여태까지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아니, 무슨 마지막 날까지 입이 쉬질 않는데?"
"배고프겠다. 얼른 가자"
술이 한병 두병 쌓이고 정신이 점차 혼미해져 간다.
"ㅇ ㅎㅈ드러가를 ㅅ ㅇㄱ어???"
"괜찮아. 괜찮아. 나 간다~"
"ㄱ냥 ㅌㅅ타고 드ㅇ가!!!"
"몰라, 몰라. 나 간다!"
깨질듯한 숙취와 함께,
몸을 겨우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니 집안이 엉망진창이다.
어떻게 들어왔는지 아무런 기억도 없다.
핸드폰을 켜고 메시지라도 확인하려는데,
오늘따라 잠금 해제가 잘 되지 않는다.
‘아 진짜 얼마나 마신 거야… 잠이라도 좀 깨야겠네.’
물이라도 한잔 마시려고 자리를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여는데,
평소 뻑뻑하게 열리던 냉장고 문이 오늘따라 수월하게 열린다.
그래도 차가운 물을 한잔 마시니 정신이 확 들어온다.
다음 주 출근하기 전까지,
일단 집안부터 정리해야겠다.
“세수하고, 밥 먹고…”
별생각 없이 세수를 하려고 손을 비비는 순간,
평소와는 다른 이질적인 감각이 왼손가락들을 간질인다.
‘뭐지?’
비누 묻은 손을 물로 씻어낸 순간,
오른손이 내 손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