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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숲 Dec 08. 2022

지치고 힘든 날엔
언제든 엄마가 동치미국수를 해줄게

뭐니 뭐니 해도 밥심이지.

 '소울푸드'라는  말이 있잖아. '우리 엄마 밥'이라는 따스운 말도 있고. '밥심'이라는 말도 있지. 먹는 게 참 살아가는데 중요한 거긴 한가 봐. 엄마는 미식가도, 대식가도 아니지만 로로에게 <우리 엄마가 해주는 그 밥>에 대해 따뜻하고 행복한 추억이 많았으면 해. 


 엄마들은 아이가 잘 안 먹으면 그것만큼 큰 걱정거리가 없거든. 그런 면에서 로로는 엄마의 큰 걱정 하나를 덜어준 셈이지. 좀 더 언니가 되어서는 군것질거리가 많아져서 인지 ‘먹로로’ 타이틀은 버거워졌지만 이유식을 먹을 때부터 로로는 뭐든 잘 받아먹고 음식으로 투정 부리는 일이 거의 없었지. 이건 특히나 어렸을 적 입이 짧았던 아빠가 무척이나 고마워하고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야.


 특히 어렸을 때는 꼭 국이 있어야 밥을 잘 먹는 양반 스타일이었지. 사골국에 밥을 말아주면 얼굴에 밥풀이며 대파며 다 묻히고 코를 박고 먹어댔고, 거의 모든 식사는 국물 사발 드링킹으로 끝이 나곤 했었지. 부모가 자식 입에 먹는 것만 들어가도 배가 부르다는데 정말이지 로로 먹방을 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단다.


 게다가 아빠의 면사랑 유전자 덕분인지 쌀국수, 잔치국수, 동치미국수, 막국수 할 것 없이 면을 너무 좋아하는 너인데 한 번은 세 살 때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야. 유명하다는 고기 국숫집에 갔는데 어린이용 포크가 없다는 거야. 한입한입 떠먹여야 하나 잠시 고민했는데 세 살 밖엔 안 된 네가 젓가락질로 혼자 국수를 먹는 거있지. 엄마랑 아빠는 너무 신기하고 웃겨서 영상까지 찍어두었어. 그 이후로 젓가락에 관심이 생겼는지 젓가락질도 꽤 빨리 시작하게 되었어. 이게 급한 성격 때문인지 왕성한 식욕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돌이 안돼서부터 로로는 거의 먹여주는 법이 없이 혼자 밥을 먹었어. 엄마는 아직도 너의 성장 원동력의 7할 정도가 식욕의 힘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단다. 


올 여름 내내 너의 최애 간식, 동치미국수와 부침개


 그런 너도 가끔 또래 친구들과 같이 밥을 먹는 자리에서 엄마가 떠먹여 주는 친구들이 부러운 적도 있었나 봐. 혹은 한 숟갈만 더 먹자~ 하는 엄마들의 읍소가 우리 엄마한테는 없으니 서운한 적도 있었겠지. 친구들하고 식사를 하고 올 때는 가끔 저녁식사 자리에서 "엄마, 나 이제 몇 숟갈 더 먹을까?" 라거나 "엄마가 맥여줘~" 라며 안 하던 짓(?)을 하기도 하더라. 그럴 때는 아차 싶은 마음에  "음.. 로로야, 10 숟갈 먹어볼까? 10 숟갈 먹어줘 제발~"이라고 맞장구를 쳐주면 엄마를 위해 인심 쓰고 먹어준다는 듯이 밥그릇을 싹 비워내는 너였지.


 엄마는 어렸을 때 입이 좀 짧았대. 지금은 가리는 거 없이 모두 다 잘 먹지만 엄마가 로로만 했을 땐 훨씬 까탈스러웠나 봐. 아빠는 말할 것도 없고. 아빠는 너무 안 먹어서 아빠 할머니가 잠이 든 아빠 입에 밥을 넣기도 했다잖아. (정말 다시 한번 이 점을 안 닮아서 고마워) 그런 엄마, 아빠였기에 뭐든 잘 먹는 로로가 더 대견하고 기특한 거겠지?


 가끔 로로가 "엄마가 해주는 OO이 먹고 싶다" 라고 말해주면 그게 너무 감동으로 와닿을 때가 있어. 엄마도 고등학교 때부터 가족과 떨어져 살면서 항상 마음속에 그리웠던 '엄마의 손맛'이 있거든. 젓갈이 가득 들어간 생미역무침, 구수한 호박잎 찜, 명절에 생각나는 탕국, 추운 겨울에 언제나 끓여주던 물곰국 같은 건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그 맛, 그 향이 아직까지 생생해. 어느 겨울 저녁날 외할머니가 차려주셨던 한 끼가 유난히 선명해. 얼큰한 닭볶음탕에 짭조름한 깻잎무침을 싸서 하얀 밥에 돌돌 싸서 입안 가득 넣었던 그날의 저녁밥은 왜 그런지 아직까지도 그 맛이 생생한 거 있지. 정말이지 음식이 주는 추억은 힘이 센가 봐. 그렇게 엄마가 외할머니를 음식으로, 손맛으로 추억할 때가 많아서인지 로로에게 엄마도 꼭 그런 엄마만의 맛을 선물해주고 싶었어. 


 그래서 로로가 엄마가 해 준 레몬 마들렌을 앉은자리에서 일곱 개나 해치워서 저녁을 안 먹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척하면서도 내심 그렇게 노래 부르던 한입거리 마들렌을 그것도 엄마표 마들렌을 양껏 먹일 수 있음에 감사하지.


 이다음에 시험을 망쳐서 화가 잔뜩 날 땐 매콤한 떡볶이를, 월드컵 경기를 같이 응원하면서 뜨끈한 해물파전을, 무덥고 지친 날엔 동치미국수를, 남자 친구랑 헤어지고 울고 싶을 땐 돼지갈비를 같이 뜯자! 그렇게 달콤하고 쓰고 짜고 맵고 황홀한 그 음식의 맛들처럼 인생의 맛도 아마 그러할 거야. 그럴 때마다 엄마의 집밥을 기억하며 인생의 쓴 맛도 달디 단 행복의 맛도 지금의 로로처럼 맛있게 아주 복스럽게 먹으면서 추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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