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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로로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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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숲 Dec 13. 2022

프롤로그

 로로가 태어나고 열흘 정도 됐을 무렵부터 일곱 살이 되던 올해 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인스타그램에 육아일기를 써왔다. 처음이었던 육아의 하루하루를 기록하고 싶어서 시작했던 육아일기는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육아의 기록을 넘어 30대 내 청춘을 갈아 넣은 나의 커리어이자 우리 가족의 역사가 되었다. 남편은 하루도 빼먹지 않고 일기를 남긴 나의 성실함에 언제나 존경을 표해 주었고, 로로 역시 엄마가 기록한 자신의 매일을 이따금씩 보며 좋아해 한다. 

그것만으로도 참 다행이다.


 로로가 말문이 트이기 시작하던 세 살 무렵부터 마음에 와닿는 말들을 #로로의 말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기록해 두었다. 단순히 나를 위해서였다. 육아에 찌들고 반복되는 삶에 무기력 해갈 때, 마음에 뒤죽박죽 난리가 났을 때, 세상이 원망스럽고 울고 싶어 질 때 나는 로로가 해줬던 말들을 다시 찾아 읽으며 내 마음을 다독였다. 


 그렇다고 로로가 항상 어여쁜 말만 해 주는 그런 세상 어디에도 없는 딸인 건 아니다. (로로 스스로도 그리고 주변에서도 종종 오해하더라) 여느 아이들처럼 떼를 쓸 때도 많고 말도 안 되는 말들을 할 때도 있고 내 인내심을 시험할 때도 많다. 어쩌면 다른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평범한 아이이다. 아이 입에서 나와 어디론가 흩어지고 사라질 말들을 그때 그때 기록하는 것 만으로 로로는 나에게 더욱더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그 말들이 마음에 닿아 진정한 위로를 받았고 그 마음을 아이에게 전했더니 아이는 더 어여쁜 말들을 고민해 나에게 내어주었다. 그게 전부이다. 


 남편은 로로가 날 지켜주려고 태어난 것 같다는 말을 자주 한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할 때가 많다. 내가 살아오면서 모른 척 덮어두었던 상처들을 로로의 말들로 치유받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 말들을 엮은 이 글들로 언젠가 로로가 삶의 무게에 힘들고 지친 어느 날에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치유받기를 바란다.


정말이지 그것만으로도 참 다행이겠다-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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