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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비 Bravi Jan 25. 2024

세계적인 지휘자가 이쑤시개로 지휘하는 이유

10cm 지휘봉을 사용하는 발레리 게르기예프

지휘자는 손과 몸짓으로 수십명의 연주자들의 선율을 이끌고 있습니다. 같은 오케스트라도 다른 지휘자가 연주할 때 다른 음악이 나오는 것을 보면 지휘자의 막강한 영향력이 느껴집니다. 지휘자에게는 '열한번째 손가락'이라고 불리는 지휘봉이 있습니다. 얇고 기다란 지휘봉을 사용해 100명이 넘는 단원들을 하나가 된 것처럼 움직이게 하죠. 


그런데 세계적인 지휘자인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이쑤시개 같은 지휘봉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는 왜 독특한 형태의 지휘봉을 사용하는 것일까요? 오늘 브라비의 아티클에서는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독특한 지휘봉 그리고 지휘봉의 의미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이쑤시개, 지휘봉이 되다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카라얀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의 상임지휘자와 총감독을 맡았습니다. 또 러시아 오케스트라의 새로운 기준을 세운 거장이죠. 그의 음악은 러시아 음악 그 자체입니다. 매우 강렬하고 동시에 우아함과 정교함을 놓치지 않죠. 얼음 위에 불꽃이 타오르는 인상을 줍니다.

이러한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음악적 특징이 이쑤시개처럼 보이는 지휘봉을 사용하는 이유입니다. 자신의 음악적 표현을 단원들에게 명료하게 전달하기 위해 맨손 지휘를 선호합니다. 한 인터뷰에서 "내게 열두개의 손가락이 있었다면 열두 손가락을 썼겠지만, 열 손가락밖에 없어 열 손가락만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죠.

지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휘자의 눈빛, 눈길, 표정이라고 말하는 발레리 게르기예프. 만약 자신이 긴 지휘봉을 사용했다면 연주자들에게 방해만 될 것이라 강조합니다.


지휘봉은 지휘자의 또 다른 손가락

지휘봉은 지휘자의 연장된 팔입니다.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자신에게 편한 아주 짧은 지휘봉을 사용하듯, 지휘자마다 다양한 지휘봉을 사용합니다. 평균적으로 지휘봉의 길이는 30cm, 10g입니다. 연주 시간이 긴 교향곡 특성상 지휘봉은 깃털처럼 가볍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지휘봉이 가벼웠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400년 전 지휘봉은 1m가 넘었고 바닥을 쿵쿵 찢는 방식으로 지휘했습니다. 이런 지휘 방식으로 사망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바로 지휘자 장 바티스트 륄리인데요, 연주 중 실수로 지휘봉에 의해 자기 발이 다친 것이죠. 당시 열악했던 위생과 치료 때문에 상처는 패혈증으로 악화하고 결국 그는 사망하게 됩니다.

직접 나무를 깎아 지휘봉을 만드는 지휘자 정명훈

지휘자 정명훈은 프랑스 자택에 있는 올리브 나뭇가지를 사포로 다듬어 직접 지휘봉으로 사용합니다. 원하는 무게와 모양 그리고 밸런스까지 직접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원하는 나뭇가지를 고르기 위해 심사숙고하죠. 하지만 모든 곡에서 지휘봉을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느린 악장이나 박자가 단순할 경우 지휘봉을 쓰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휘봉은 지휘자의 음악적 의도를 표현하기 위한 도구이기에 지휘자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보입니다. 또 곡의 특성에 따라 지휘봉을 내려놓기도 합니다. 세계적인 지휘자가 이쑤시개 같은 지휘봉을 사용하는 배경도 음악과 취향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휘봉과 같은 클래식 음악의 소품과 관련한 아티클은 브라비에서 시리즈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참고문헌

Business Post, 2014.05.27

Polar Music Prize, "Valery Gergi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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