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스캠 허브’에서 돌아온 필리핀 노동자 346명

그리고 우리가 마주한 구조

by 영일이

1.국제 뉴스 한 줄 요약
필리핀 정부가 미얀마의 온라인 사기 조직(‘스캠 허브’)에서 인신매매·강제노동 피해를 당한 필리핀 노동자 346명을 단일 규모로는 가장 크게 본국 송환했다.

2. 원문 기사 번역

핵심 단락만 발췌해서 번역합니다. (불필요한 인용은 생략)(필리핀 정부 통신사(PNA) PH brings home 346 OFWs trafficked to Myanmar scam hubs Philippine News Agency, Nov. 12, 2025)

필리핀 정부는 수요일, 미얀마의 온라인 사기 허브에서 인신매매와 강제노동의 피해를 당한 필리핀 해외 노동자 346명을 본국으로 송환했다고 밝혔다.

필리핀 이주노동부(DMW)는 “이번 인원은 지금까지 미얀마에서 송환된 인원 가운데 단일 규모로 가장 큰 귀환 사례”라고 설명했다.


Hans Leo Cacdac 이주노동부 장관은 “346명 모두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상태이며, 필리핀 보건부(DOH)가 심리 상담과 건강 검진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송환은 “미얀마와 주변 국가의 스캠 허브에 팔려 간 필리핀 국민들을 본국으로 데려오라”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Cacdac 장관에 따르면, 2022년 이후 필리핀 정부가 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의 온라인 사기 허브에서 구조한 필리핀 국민은 1900명 이상이다.


3. 배경

① ‘스캠 허브’란 무엇인가

요즘 국제 기사와 UN, 인권 NGO 보고서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 바로 “스캠 허브(scam hub)”입니다.

정확한 법률 용어라기보다는 언론·연구자들이 쓰는 관행적 표현에 가깝습니다.

공통적으로 묘사되는 특징은 이렇습니다.

1. 거대한 온라인 사기 공장
수백~수천 대의 컴퓨터가 줄지어 있고
노동자들이 ‘로맨스 스캠’, 가상화폐 투자사기,
주식 리딩방 사기, 보이스피싱 등을 수행합니다.

2. 강제노동 + 인신매매
‘고소득 해외 일자리’라는 광고를 보고
스스로 건너온 사람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허위 채용공고를 보고 도착한 뒤 여권 압수, 이동 제한, 폭력·협박, 장시간 노동 같은 전형적인 인신매매 패턴을 겪습니다.

3. 위치-동남아의 ‘통치 공백’ 지역

대표적인 허브로 자주 언급되는 곳들:

-미얀마 Myawaddy(마와디) 인근 KK Park 등

-캄보디아 시아누크빌(Sihanoukville),
수도 프놈펜 주변 특별경제구역

-라오스의 ‘골든 트라이앵글’ 경제구역 등

지역들의 공통점은 국가의 통제가 약하고, 무장세력·범죄조직이 사실상의 지배자로 기능하는 ‘회색지대(Grey zone)’라는 점입니다.

4. 돈의 규모

캄보디아의 스캠 센터 산업만 놓고 보더라도 한 보고서는 연 125억~190억 달러의 수익을 내며, 이는 캄보디아 GDP의 절반을 넘는 규모일 수 있다고 추정합니다.
(여기에는 추정치 간 편차가 크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요약하면 스캠 허브는 “온라인 사기 공장 + 인신매매·강제노동 + 회색지대 경제”가 겹쳐진 공간입니다.


4. 시사점

② 왜 ‘동남아’에서 반복될까?

1) 통치력의 공백: 국가는 있으나, 작동하지 않는 곳

미얀마는 2021년 군부 쿠데타 이후 본격적인 내전 상태에 들어갔고, 특히 태국 국경 인근은 군부·민병대·범죄조직이 뒤섞인 사실상의 무법지대가 되었습니다.

이런 지역에서 온라인 사기 콤파운드가 하나의 ‘산업 단지’처럼 들어섭니다.

캄보디아·라오스 일부 지역도 부패와 약한 법 집행, 특정 재벌·정치 엘리트와 결합된 카지노·특별경제구역이 범죄조직에게 안전한 피난처가 되어 왔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2) ‘고소득 해외 일자리’라는 환상

필리핀, 캄보디아, 베트남, 아프리카까지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문장은 비슷합니다.

“월급 1,000달러 이상, 숙소 제공, 식사 제공, 비자 지원”

이번에 미얀마에서 귀국한 필리핀 노동자들 역시
SNS·메신저에서 유혹적인 조건의 채용 공고를 보고 미얀마로 들어간 경우가 많았다고 필리핀 정부는 설명합니다.

3) 디지털 범죄는 “어디서나” 가능하지만 범죄자는 법이 느슨한 곳을 선택한다

사기 자체는 노트북·스마트폰·인터넷만 있으면 됩니다. 꼭 캄보디아나 미얀마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지역에 허브가 집중되는 것은 “규제가 약하고, 뇌물로 일이 해결되는 곳”이 범죄 조직에게 가장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UNODC는 이를 "cyber-enabled trafficking(사 이버 기반 인신매매)"이라 명명했습니다.

범죄는 디지털화되었지만, 착취의 방식은 여전히 19세기형 인신매매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청년들: 피해자이자, 가담자로 분류되는 사람들

이제 이 구조 안에서 한국이 서 있는 위치를 보겠습니다.

1) 캄보디아에서 급증한 한국인 피해 신고

BBC 코리아와 국내 언론이 외교부 자료를 인용해 정리한 바에 따르면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감금·취업사기 신고 건수는
2022년: 11건
2023년: 21건
2024년: 221건 안팎
2025년 1~8월: 330건 으로
불과 몇 년 사이에 수십 배로 증가했습니다.

2) “현재도 수백~수천 명이 스캠 허브에 있다”는 추정

국정원은 2024년 국회 보고에서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에 가담한 한국인이 최대 2,000명 규모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3) “64명 귀국, 그 중 58명 구속영장 청구”

2025년 10월, 캄보디아 스캠 콤파운드에서 구조·송환된 한국인 64명이 인천공항으로 돌아왔고 이들 중 58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었습니다.

경찰·검찰 발표에 따르면 이들은 로맨스 스캠, 주식 리딩방 사기, 각종 투자 사기 등 온라인 범죄에 실제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어려운 질문이 생깁니다.
이 사람들은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

국제 인신매매 연구와 최근 ‘사이버 노예(cyber slavery)’ 연구들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1. 처음에는 피해자

-허위 구인광고에 속아 출국
-공항 도착 직후 여권 압수
-폭력과 협박, 탈출 시도 시 폭행
-장시간 노동, 실적 강요

2. 이후에는 강요된 가해자
-“한 달에 얼마를 뽑지 못하면 폭행”
-“집에 연락하겠다”는 협박
-명목상 ‘관리자’ 역할을 맡기며 다른 피해자를 감시하게 만들기도 함.

3. 마지막에는 스스로 남는 사람도 생긴다
논문과 보고서들에 따르면(특히 동남아 사례) 어떤 이들은 처음에는 강제노동 피해자였지만 나중에는 높은 수입과 ‘범죄집단이 주는 보호’를 이유로 스스로 남기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형법상 가해자로 처리되는 이 이중적 지위는 국제 인권 논의에서도 매우 중요한 쟁점이기도 합니다.

(국제인권 분야에서는 이를 “강제된 범죄(Forced criminality)"로 봅니다.)


④주권과 국제사회의 개입-왜 어려운가

국제기구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단순히 “범죄조직이 강해서”가 아닙니다.

1. 미얀마 군부는 국제사회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군부는 쿠데타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내정 간섭”으로 규정합니다.

스캠 허브가 위치한 국경 지역은 군부와 우호적인 민병대, 범죄조직이 서로 이익을 나누는 구조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2. 착취가 일어나는 장소와 피해자의 국적이 다르다

미얀마 땅에서, 캄보디아 콤파운드에서 필리핀·한국·에티오피아·가나 국적의 사람들이 동시에 착취당합니다.

그러면 어느 국가가 ‘주도권’을 가져야 하는지 사법 관할권이 복잡해집니다.

3. 범죄 수익이 지역 권력 구조와 연결되어 있다

캄보디아의 경우 스캠 산업이 정치 엘리트·재벌과 연결되어 있다는 국제 인권단체와 언론의 비판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기구가 와서 싹 정리해준다”는
단순한 해법은 현실성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UNODC, OSCE, 각국 정부는 인권·안보·국경관리·사이버 범죄·노동정책을 동시에 엮어 다루는 통합 전략을 강조합니다.


4. 하나의 범죄도시, 시스템화


국제사회는 인신매매를 행위·수단·목적 세 요소가 모두 충족될 때로 정의합니다(UN 팔레르모 의정서).


하지만 동남아 스캠 컴파운드의 경우 폭력, 여권 압수, 감금 등 ‘수단’이 거의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보통 “모집–이동–착취”라는 흐름 중심 모델로 설명합니다.(이는 법적 기준을 실무에서 단순화한 방식입니다.)

그러나 최근 동남아 스캠 컴파운드 연구자·국제 NGO 보고서에 따르면

스캠 허브·컴파운드에서는 인신매매가 단순 범죄가 아니라 지역 경제·권력 구조·부동산 개발·무장단체 통치와 얽혀 있기에

기존 모집-이동-착취의 3단계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다음의 4단계를 제안합니다.

바로 정당화(Legitimization)입니다.

이는 범죄조직이 지역에서 사실상 “고용시장”처럼 자리 잡는 과정으로 부패 공무원·군부·무장단체가 사기 산업을 보호하거나 지분을 소유하고 범죄 경제가 지역 GDP의 일부가 되어 “사실상의 합법 구조”처럼 기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에 피해자는 ‘노동력’으로 착취는 ‘관행’, 범죄는 ‘산업’으로 변모하여 지역 전체가 범죄화된 경제 시스템으로 굴러가게 됩니다.


⑤귀환이 끝이 아니다: 재통합(Reintegration)의 문제

PNA 기사가 강조하듯 필리핀 정부는 346명 귀환자들에게 심리 상담·의료 서비스·재취업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제기구의 기준으로 보면 인신매매 대응은 보통 세 단계로 나뉩니다.

1. Rescue / Repatriation (구조·귀환)
2. Recovery (회복-의료, 심리, 법률 지원)
3. Reintegration (재통합-교육, 재취업, 사회적 복귀)

OSCE·UNODC 보고서들은 공통적으로 말합니다.

재통합에 실패하면, 피해자는 다시 인신매매·강제노동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스캠 허브에서 돌아온 사람은 한 번 짧게 ‘지옥’을 다녀온 사람이 아니라

빚이 있고
경력이 단절되어 있고
범죄에 가담했다는 죄책감 혹은 낙인이 있고
“빨리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있는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단순 귀국 항공편 지원으로는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리

정리하면 지금 우리가 마주한 것은 사이버 범죄·인신매매·회색지대 정치가 뒤엉켜 만들어낸 거대한 착취 구조입니다. 이 체계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아시아 청년 노동력 전체를 삼키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한국 청년들 역시 피해자이자 동시에 가해자로 기소되는 경계 위에 서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필리핀 노동자 346명이 귀국했다”는 단일 뉴스가 아니라, 동남아 스캠 허브가 이미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의 취약한 노동시장과 연결돼 있다는 사실입니다. 고소득 해외 일자리 광고는 국경을 넘고, 피해 역시 국경을 넘어 이동합니다.


이 문제는 개별 사건을 넘어선 지역경제와 결합하며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하나의 범죄 생태계입니다. 이 구조를 이해하고 개입하지 않는 한, 오늘 미얀마에서 귀환한 필리핀 노동자가 있다면 내일은 또 다른 나라의 청년이 같은 방식으로 끌려가겠죠.



출처 및 참고문헌

-Philippine News Agency,
“PH brings home 346 OFWs trafficked to Myanmar scam hubs”,
Nov. 12, 2025.

-TradingView / Bernama-Refinitiv 재전재 기사,
“PHILIPPINES BRINGS HOME 346 OFWs TRAFFICKED TO MYANMAR SCAM HUBS”,
Nov. 13, 2025.

https://www.pna.gov.ph/articles/1338445

-Philippine DFA,
“DFA Statement on Illegal Scam Hubs in Myanmar”,
Oct. 25, 2025.

-BBC 코리아 및 국내 보도(서울과학기술대 등 인용) –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감금·취업사기 신고 통계(2022~2025).

-KBS·조선일보 영문판 등 –
국정원의 “캄보디아 스캠 조직 가담 한국인 최대 2,000명” 추정 관련 국회 보고.

-Reuters 보도 –
캄보디아에서 송환된 한국인 64명 중
58명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된 사건.

-Wikipedia “Scam centers in Cambodia” (UN·Amnesty·USAID 자료 인용) –
캄보디아 스캠 산업 규모 및 강제노동 추정.

-ASEAN-ACT / LSCW 보고서,
“Human Trafficking & Forced Labour in Cambodia's Cyber-Scam Industry”, 2024.

-OSCE ODIHR,
“Survivor-Informed Indicators for the Identification of Victims and Survivors of Trafficking in Human Beings”, 2025.

-다양한 기사·리포트(ABC News, Al Jazeera, The Guardian 등) –
스캠 콤파운드 내 여권 압수·폭력·강제노동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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