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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끄적끄적

캐논 무비 '달토끼'

끄적끄적 - 광고 이야기

by 조주



[ 캐논 800d 광고 무비'달토끼' (Moon Rabbit) ]


https://www.youtube.com/watch?v=cNNq-aaAM-0

(@youtube/Cannon)



"달에 사는 토끼는..."


동화책의 첫마디를 읽기도 전에 딸아이가 토라진 표정으로 그와의 반대편으로 돌아누웠다.

형철은 그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딸아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었다.


와이프도 미국으로 출장을 갔고 자신도 일 때문에 바빠서 아이들을 돌봐줄 시간이 부족했으니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숨을 내쉬고는 천천히 딸아이에게 손을 뻗었다.


"세희야, 잘 꺼니?"

"..."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형철은 딸의 표정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분명히, 그 특유의 새침한 표정으로 잔뜩 토라져 볼을 부풀리고 있을 게 틀림없다.

이럴 때의 딸은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풀어지지 않는다.


"달에, 토끼가 있는 것을 누가 믿어?"

"..."


딸의 갑작스러운 말에 이번에는 형철의 말문이 막혔다.

바로 대답하지 못하자 딸은 돌아서 그를 보고는 새침한 표정으로 거 보라는 듯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형철은 등 뒤로 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면서도 재빨리 고개를 젓고는 황급히 대답했다.


"아니야, 진짜 달에 토끼는 있단다?"


(@닉네임 '최창민'님이 광고에 남긴 댓글)






잠깐 이 광고를 보는 사람들은 4분이 넘는 광고임에도 불구하고 설명 못할 어떤 여운 때문에 말을 잇지 못할 거다. 이 영상은 영상미로는 두말할 것 없이 좋았지만, 이런 점을 뛰어넘는 스토리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길이가 어떻게 되었든 간에 그 안에 담긴 스토리가 어떤가에 따라 사람들의 마음은 움직이게 되어있다.

'딸의 순수한 마음을 지켜주고 싶었던 아빠와 아저씨들'

그들의 모습이 이 광고를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준 것이다. 광고 마지막 부분 또한 재치 있게 끝낸 것도 좋았고 딸의 동심을 지키기 위해 보였던 아저씨들의 모습 또한 너무도 순수해 보였다.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건 앞에 있는 모든 것들이 아니라 그 순간의 마음임을 말해 주는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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