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박물관은 책 제목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있는 박물관의 이름이기도 하다. 1년 전 순수박물관을 방문했을 때는 이 소설의 1권을 읽던 중으로 소설의 전체 내용은 모른 채 호기심에 이끌려 박물관으로 가보게 되었다. 하지만 박물관의 1층을 들어서자마자, 순간 약간의 충격과 소설을 모두 읽고 왔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후회가 들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 남은 소설을 쉬지 않고 읽어 버렸고 다시 가고픈 마음으로 어쩔 줄 몰랐다.
<순수박물관 전경>
기다리고 기다리던 이스탄불로 다시 향하면서 이번에는 정말 꼼꼼하게 순수박물관을 돌아보기로 했다.
우선 작가에 대해서 간략히 소개하자면, 오르한 파묵(Orhan Pamuk)은 터키에서 태어난 소설가로 2006년 노벨 문학상 수장자이기도 하다. [순수박물관]은 노벨상 수상 이후 처음 출간한 작품으로 한 마디로 애절한 사랑이야기이다. 이곳 순수박물관을 방문하고자 하면 먼저 책을 읽고 가기를 권한다. 책을 중간만 읽고 가 보기도 하였고 다 읽고 가기도 하였지만 한 번만 방문한다면 다 읽고 가기를 권한다.
“순수박물관을 왜 만들었을까?”라는 의문은 박물관을 둘러보다 보면 이내 풀려버릴 것이다. 작가는 소설 속의 내용들을 실제로 옮겨와 더욱 많은 감동과 느낌을 전하고자 한 듯하다. 또한 소설 속의 내용들이 실제 있었던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전시관은 소설의 챕터 별로 전시되어 있으며 그 챕터의 가장 인상적인 내용들을 그 시대의 물건들로 알려주고 있다. 소설의 내용 속에서 오르한 파묵 작가 자신도 실제 등장한다. 관찰자 혹은 기록자의 입자에서 묵묵히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박물관은 실제 여자 주인공 퓌순의 집이었으며 남자 주인공 케말이 마지막 여생을 보낸 곳으로 나와있다. 박물관을 둘러보다 보면 소설의 내용들이 더욱더 실제 있었던 것과 같이 다가온다. 아니 그랬을 것으로 더 믿고 싶어 진다. 박물관은 예전 가정집으로 개조해서인지 박물관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건물이 너무 작으며 계단도 좁아 오르내리기도 어렵다. 하지만 챕터 별로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소설의 내용과 현실이 오버랩되면서 더욱 사실화되는 듯하다.
박물관은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지만 아침부터 소설을 읽은 듯한 다양한 언어의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본인들이 인상 깊게 읽은 부분에서 사진도 찍으며 소설을 회고한다. Google Map으로 순수박물관을 찾아가자면 한 번에 찾기는 쉽지 않다. 큰길에서 약간 들어가 빨간 건물을 찾으면 된다.
여러분들도 아름답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에 한 번 빠져 보길 권한다.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 가슴 한켠이 아련하게 시려 올 테니까!
“It was the happiest moment of my life, though I didn’t know it” – Kemal Basmaci
주소 : Firuzağa, Çukurcuma Caddesi, Dalgıç Çk. No:2, 34425 Beyoğlu/İstanbul, 터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