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가에 속삭이는 공포 (2-5)

함무라비아의 멸망 (최종회)

by 곰탱구리


앙또르베르의 마약 중독은 너무도 처참한 결과를 가져왔다. 지나치게 엄격한 부친과 늘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정적들에 대한 두려움으로 마약을 한계치보다 더 많이 복용하고 환각에 빠진 앙또르베르는 자신의 부하들과 처소에서 일하는 야간 담당 지구인들을 자신을 죽이려는 적으로 착각하여 잔인하게 죽여버렸다. 아침에 업무교대를 위해 출근한 지구인들에게 발각된 앙또르베르는 외계인 군사들에 의해 임의의 곳으로 옮겨질 때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환각에 빠져 있었다. 이 사건이 아침에 출근하면서 목격한 지구인들에 의해 알려지면서 외계인 집정관들은 깊은 난관에 빠지게 되었다.


티탄 제국의 후계 1순위인 앙또르베르에게 함무라비 법을 적용하여 사형을 구형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그냥 무죄로 만들자니 함무라비 법률 자체에 위배되어 지구 식민지에 대한 통치가 어려워질 수도 있었다. 그래서 외계인들은 집정관 회의를 열었다. 며칠 동안의 길고 지루한 회의 끝에 마약을 제조한 지구인들과 일부 외계인 관리자에게 사형을 구형하였다. 티탄 제국에 반항하는 일부 외계 반역자 무리가 지구인들을 이용하여 제국의 후계자에게 위해를 가한 사건이었다고 사건 전말을 발표하였다. 물론 앙또르베르는 선량한 피해자이기 때문에 별도의 벌은 구형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이러한 결과에 모든 지구인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는 모든 법적 판결에 대한 보이콧 투쟁을 벌였다. 이러한 지구인의 저항에 티탄 제국은 앙또르베르를 티탄 제국으로 소환해 버리고 무자비한 무력으로 지구인을 탄압을 하기 시작하였다. 강력한 무력적 진압에도 불구하고 지구인은 저항을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외계인이 전해준 과학기술을 이용하여 무기를 개발하고 유격전을 통한 지구의 독립 전쟁을 선포하고 조직적으로 대항하기 시작하였다. 은하계의 이상향이라 일컬어지던 지구는 격렬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가 버렸다. 전쟁이 장기화되고 점차 격화되어 가자 제국은 최고 집정관을 제국으로 불러들였다.


“오이타칸! 함무라비 법이 가장 이상적인 최고의 법이라더니 이게 무슨 꼴이냐?”

“황제폐하! 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옵고...”

“그럼 우리 앙또르베르가 잘못했다는 뜻인가?”

“아니.. 아니옵니다. 지구인들이 법을 제대로 못 따라온 것입니다.”

“네 조상이 과거에 지구에서 그 법을 시험해 봤을 때도 실패해서 본국으로 소환되어 징역을 살았다는 기록을 우주 기록관 한 구석에서 간신히 찾아냈다. 어디서 거짓말을 하느냐?”

“네? 그럴 리가?”

“시끄럽고 지구는 인간 Seed만 남겨놓고 다시 Setup 하도록 하라! 그리고 다시는 함무라비 법이니 신법이니 되지도 않는 소리 하지 못하게 오이타칸 집안은 대대로 집행관에 보임 금지하는 것을 법으로 공표하라!”

결국 오이타칸은 우주감옥에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갇히게 되었고 그러한 오이타칸을 누군가 면회를 왔다.

“아이고 이놈아 언제 철들래? 조상님께서 그 함무라비 법인가 뭔가 때문에 바빌론을 한 순간에 멸망시키고 도망 온 것이라고 몇 번이나 말해줬는데 그걸 굳이 지구에서 해 보겠다고...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 보아야 알겠니?”

“흑흑. 할 수 있을 것 같았단 말이에요 할아버지.”


며칠 후, 지구를 향해 커다란 소행성 하나가 무서운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외계인 관리자들과 집행관은 소리 소문도 없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이후였다. 내일이면 6,600만 년 전 공룡들이 겪었던 것과 똑같은 경험을 인류가 겪게 될 것이었다. 지구는 그렇게 다시 멸망하고 최초 인류가 공룡을 피해 뛰어다니는 선사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지구의 하늘이 서서히 암흑으로 물들어 갔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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