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은퇴하면 어떤 마음일까?
우리는 왜 은퇴를 두려워할까?
은퇴를 하면 어떤 마음일까?라는 질문에 가장 먼저 나오는 대답은 두려움이다. 65세나 70세 이상의 고령이 되어 은퇴하게 된다면 그런 마음이 조금은 덜 할 것이다. 그러나 60세 전에 은퇴를 하게 되면 아마도 수없이 많은 감정 중 가장 많이 드는 감정은 두려움 일 것이다.
물론 돈이 썪어나게 많은 사람인 경우는 '아! 잘 됐다. 놀자!'하고 기뻐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서민들은 그렇지가 못하다. 60~70년대 남자들은 보통 30세 정도에 결혼을 하였다. 32세 혹 조금 늦으면 35세 정도에 아이를 낳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32세에 아이를 낳았다면 자녀의 나이는 28세, 35세에 낳았다면 25세이다.
그나마 대학을 졸업했거나 졸업을 얼마 안 남긴 3~4학년이라면 아주 운이 좋은 경우이다. 둘째나 셋째가 있어서 대학에 조차 입학하지 않은 아이가 있다면 경우가 달라진다. 일단 교육비라는 무거운 짐 하나가 가슴을 묵직하게 누르게 된다.
보통 문과 계열 대학도 1년에 7백~8백만 원 정도의 등록금이 들어간다. 거기에 용돈에 교통비를 더하면 한 달에 50 정도는 들어간다. 혹시 학교가 멀어서 자취라도 해야 하면 원룸 월세와 식비까지 부지기수로 들어간다.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닌다고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 대출금, 거기에 각종 보험료와 의료비 등등... 골치 아픈 것이 하나 둘이 아니다. 해주는 것도 별로 없으면서 매달 나가는 관리비와 년마다 납부해야 하는 세금은 왜 그리도 빨리 돌아오는지. 그뿐이랴? 아이들이 직장이라도 있어서 피부양자로 건강보험에 등록할 수 있으면 그야말로 큰 행복일 것이다.
집 있고 차 한 대 있는 상태에서 지역 건강보험에 가입하면 보험료가 최소 25만 원부터 시작한다. 직장 건강보험에서 몇 만 원만 내다가 25만 원 이상 내려고 하면 정말 눈물이 난다. 국민연금도 최소한의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지역 국민연금의 최저가인 9만 원을 지속적으로 납부해야 한다. 회사에서 반을 내주던 것과는 다르게 생돈을 뺏기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은퇴라는 것을 눈앞에 마주하면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이 돈에 대한 두려움인 것이다. 이런 것들을 앞으로 어떻게 충당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드는 두려움은 역할에 대한 두려움이다. 우리나라 말에 '노릇'이란 말이 있다. 자격, 의무, 역할에 대한 모든 것들이 함축적으로 들어있는 말이다. 가장 노릇, 남자 노릇, 서방 노릇, 아들 노릇 등등...
회사를 다니며 부족하든 넘치든 어느 정도 감당해 오던 그 노릇들을 어쩌면 제대로 못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쌓이게 된다. 은퇴를 하면 우선 마음의 중심이 되던 회사라는 소속이 사라지게 된다. 소속이 박탈되고 돈을 벌어오지 못한다는 것은 원시시대로 따지면 사냥을 못하고 마을에서 쫓겨난 것과 동일한 일이다.
특히 남자 노릇, 가장 노릇에 대한 역할 수행이 많이 감소하게 된다. 특히 남자들이 가장 듣기 싫은 소리는 남자 구실도 못하는 놈. 혹은 가장 노릇도 못하는 놈. 이런 종류의 자존심을 박박 긁어대는 말이다. 그런데 은퇴를 하게 되면 일단 금전적인 면에서 노릇에 대한 기여도가 줄게 된다. 눈치를 보게 된다. 자신감이 떨어지게 된다.
은퇴 후 최고 3~6개월 정도는 갈 곳도 많고 할 일도 많다. 만날 친구도 꽤 있다. 그러나 그 이후가 되면 돈도 없고 갈 곳도 없어진다. 집에서 빌빌 놀고 있으면 가장 힘든 것이 마나님 눈치 보는 것이다. 밥 먹는 것도 눈치가 보이게 된다. 삼식이가 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게 된다.
그렇게 금전적인 부분이나 집에서 빈둥 거리는 것에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존재감에 대한 회의가 생기게 된다. 이것이 자존심으로 이어지면 부부간에 싸움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게 아니더라도 자신에 대한 회의감이 존재감조차 희석시키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이것은 두려움이다. 공포이다. 스스로 남자로서, 가장으로서 쉬지 않고 달려온 모든 생이 부정당하는 느낌에 비참함에 빠지게 되기도 한다. 최악의 경우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은퇴자가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아주 작은 소규모 직장에라도 들어가고 싶어 하는 이유이다.
은퇴를 하면 무슨 생각이 들까? 가장 큰 감정은 두려움이다. 이것이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의 마음을 만들기도 하고 자괴감이나 우울증에 빠지게도 한다. 그렇다면 자괴감과 우울증에 빠져 불행한 시간을 보내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 시간에 어떤 마음을 가지면 좋을까?라는 소주제로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