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꽁알꽁알 은퇴설계 20 - 감성 1

1. 나의 은퇴 일기

by 곰탱구리

은퇴설계를 세 가지 주요 요소를 자금, 건강, 감성의 세 가지로 설정하고 이야기를 해왔다. 이제 마지막 요소인 감성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여기서는 세 가지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하겠다.


첫째는 은퇴하면 어떤 마음일까?

두 번째는 어떤 마음을 가지면 좋을까?

세 번째는 어떻게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이 부분은 이미 은퇴를 경험한 나의 경험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가미되어 다른 독자분들의 생각이나 경험과는 많이 다를 수도 있다. 그저 은퇴를 하면 이러한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는 식으로 편하게 보기 바란다.


우선 위의 세 가지에 대하여 말하기 전에 오늘은 나에 대한 말을 먼저 하고자 한다. 선배 은퇴자로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말해주고 그 속에서 후배 은퇴자들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만한 것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의 은퇴 경험을 이야기해 보려는 것이다.


나는 2022년 1월 5일에 K사에서 권고 퇴직을 하였다. 그 전년도부터 이미 분위기를 느꼈고 그냥 담담하게 받아들여야겠다고 미리 마음먹었기에 본사에서 통보된 퇴직 권고에 그리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내가 좀 특이한 경우 인지도 모르겠다. 뭐 애초부터 진급에 그렇게 목메고 살지도 않았던 탓도 있다.


몇 개월의 위로금을 추가로 준다는 말에 얼른 '감사합니다'라고 넙죽 절하고 회사에서 내 개인적인 물품만 박스에 챙겨 넣었다. A4박스 하나도 꽉 채우지 못할 정도로 나의 29년 2개월의 무게는 한없이 가볍고 보잘것없었다.


그나마 회사에서 퇴직자를 위해 운영하는 하청업체에 1년 9개월간 추가로 근무를 할 수 있었기에 그 충격이 더 적었는지도 모르겠다. 2022년 1월부터 2023년 9월까지 또 멀리 안성까지 쫓겨가서 주말부부로 직장에 종사했다.


그저 직장인이었기에, 그저 아직 젊었기에 다른 생각 없이 또 다른 직장을 찾아 일을 하였다. 그래서 나의 실질적인 퇴직은 2023년 9월 맞다. 기존 K사의 물류를 운영하는 하청업체에 다녔기 때문에 기존 회사와 큰 이질감이 없었기 때문에 기존 K사의 연장처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연봉은 한참 적어지기는 했지만...


물량이 줄어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퇴직이었다. 기존과 달리 아무런 대책도 마련해 놓지 못한 상태에서의 갑작스러운 퇴직이었다. 그럼에도 그렇게 큰 불안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나왔다. 원래 인간이 낙천적인 건지 아니면 생각이 없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 생각 없이 1개월을 쉬었다. 혼자 여행도 다녀오고 아무것도 안 하고 놀기도 했다. 그러다 우연히 취업 사이트에서 본 헤드헌터를 지원했고 3개월간 근무를 하였다. 노력은 해봤지만 최종 면접까지 성공시키지는 못했다. 그러다 운이 좋아 2024년 1월에 집과 가까운 곳에 있는 조그마한 레미콘 회사에 입사를 하였다. 어쩌다 보니 나 자신을 헤드헌팅한 결과가 된 것이었다.


1년을 나름 열심히 근무하고 그만두었다. 사실 몸보다 마음이 많이 지쳤었기 때문이었다. 중소기업의 고질병인 오너의 지나친 갑질에 마음을 많이 다쳤다.


다시 5개월 간 전에 다녔던 헤드헌터 회사에 다녔다. 그러다 또 남동공단의 작은 중소기업에 계약직으로 취업이 되었다. 6개월 간의 계약직 생활을 보냈다. 두 곳의 중소기업을 다니면서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시스템의 갑갑함도 있었지만 경영진과의 직접적인 부딪힘을 견디지 못했다. 대기업인 K와는 너무도 다른 스타일에 적응을 못하 탓이 컸다고 생각된다.


그러고는 진짜로 은퇴를 맞이하게 되었다. 고용보험에서 주는 실업급여를 타먹으며 백수의 생활에 젖어들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현재 1년째 실업가가 아닌 실업자로 살고 있다. 그나마 퇴직 때 받은 연금과 약간 모아놓은 돈이 있어서 그걸로 버티며 살고는 있다.


지금 쓰고 있는 이 은퇴설계에 대한 것은 남동 공단에 있는 중소기업에 다닐 때 실제로 작성해 본 것에 근거한 것이다.


너무도 지쳐버린 마음... 몸의 피로보다 마음의 피로는 더 치명적이다.


1992년 12월 01일부터 시작된 나의 직장 생활은 2024년 12월 31일에 대단원의 마감을 마치게 되었다. 32년 1개월. 잠시 1개월의 공백과 헤드헌터라는 직장인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일을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광의의 직장에 포함되기에 총 근무 기간을 32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은퇴 설계를 하면서 가장 신경 쓴 것은 재무 부분이었지만 가장 고민한 것은 감성 부분이었다. 수학적으로 풀이하자면 돈과 건강은 필요조건이고 감성은 충분조건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렇지만 충분조건이라 하더라도 때로는 필요조건 보다 더 무서운 악영향을 미치게 될 수도 있게 된다.


마음이 무너지면 몸이 무너진다. 쓰나미처럼 한 번에 몰아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파도처럼 조금씩 조금씩 부숴 버린다. 그러다 어느 순간 우당탕탕하고 넘어지게 된다. 마음과 몸이 무너지면 돈은 의미가 없어진다. 그래서 마음의 좌우하는 감성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나는 은퇴 후 감성을 위해 버켓리스트를 만들었다. 무엇인가 하고 있다는 것. 그것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글에 논술한 재정 List나 건강에 대한 부분도 실제로 내 은퇴 설계를 하면서 사용했던 것 들이다.


내 버켓리스트는 총 11개였다.


1. 활동

- 국내 전국 도보여행 : 4,500km 국토 여행

- 지방 한 달 살기 - 각 도별로 1회씩

- 섬 여행 - 우리나라 각 극단 섬 여행 (백령도, 가거도, 마라도, 독도)

2. 배움

- 기타 배우기

- 택시기사 자격증 따기

- 주택관리사 자격증 도전

3. 취미

- 책 1,000권 읽기

- 시집 한 권 출판하기

- 소설 한 편 출판하기

4. 직업

- 신춘문예 도전

- 웹소설가 되기


이중에 택시기사 자격증은 취득했고, 책은 현재 400권째 읽고 있으며 2026년 신춘문예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말 그대로 던지기만 했지만. 그리고 시와 소설을 습작하고 있는 중이다. 여행은 60세부터 다니기로 했다. 몸도 만들고 준비도 좀 해서.


아무튼 나름 하고자 할 것들을 정하고 나니 은퇴하고도 하루가 그리 길지 않다. 7시 기상, 8시 반까지 식사 및 준비, 9시 도서관 출근, 3시까지 글도 쓰고 책도 읽기, 4시 반 저녁식사. 7시까지 걷기 혹은 스크린 골프, 8시에 씻고 11시까지 독서 혹은 글쓰기.....

이러다 전화 오면 친구도 만나고 부모님 집에 방문도 하고... 하고픈 것은 많고 시간은 많지 않았다.


60세까지는 습작에 전념하려고 한다. 그 후 출판 작가에 도전을 할 것이다. 신춘문예에 당선이라도 되면 너무도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 도전만으로도 영광이다. 어쨌건 포기는 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글을 쓰고 글을 위해 생각하고 이렇게 브런치 스토리의 작가가 되어 글도 올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고 행복하다.


아직까지의 나의 은퇴 생활은 내 은퇴 계획에 따라 잘 유지가 되고 있다. 그래서 이 은퇴설계라는 글을 쓰게 된 것이다.

이전 19화혼자서 꽁알꽁알 은퇴설계 19-건강의 삼요소(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