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꽁알꽁알 은퇴설계 26

글을 마치며

by 곰탱구리

혼자서 꽁알 꽁알 은퇴설계를 해 보았다.


쓰고 보니 너무도 개인적이고 하찮기 그지없는 글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이 있다.

별 것 없고 부족한 은퇴설계지만 나 자신을 한번 되돌아보고 나아갈 방향을 정해주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되돌아보면 내 젊은 시절 기억의 70%는 회사였다. 일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1992년 12월 입사하여 2021년 1월까지의 시간들.

IMF의 광풍이 지나갔다. 회사 통합이라는 삭풍도 흘러갔다. 권고사직이라는 용어가 일상 용어로 바뀌었고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라는 농담 같은 말이 유행하기도 했었다.

(삼팔선 - 38세가 퇴직의 기준선, 사오정 - 45세가 정년, 오륙도 - 56세까지 일하면 도적이라는 농담 아닌 농담)


그런 면에서 나는 의도치 않게 도적놈이 되었다. 그도 회사에 감사하고 있다.

회사에 나와서도 몇 군데 중소기업에 취업을 하였었고 비록 계약직이었지만 가정의 경제와 내 개인적 퇴직에 대한 부담을 많이 줄여주는 역할을 하였다. 그 또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비로 부족한 글이나마 이 글이 은퇴를 두려워하는 많은 직장인들에게 자신의 은퇴를 설계하고 계획하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대부분이 알고 있는 사항들이겠지만 그래도 타인의 은퇴 설계를 엿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흥! 저건 뭐... 내용도 부실하고 짜임새도 없네. 내가 더 잘할 수 있어.'라고 마음먹는다면 내가 이 글을 쓴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


조금 빠르기는 했지만 나는 퇴직을 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었던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솔직히 불안감이 없다면 거짓이다.

'내가 이렇게 맥 놓고 살아도 될까?', '돈도 안 되고 사람들도 읽지 않는 이 쓸모없는 일을 왜 할까?'

이러한 나의 실존에 대한 고민을 늘 안고 산다.

그래도 오늘 글을 쓴다.

시 한 줄을 쓴다.

웹 소설 한 화를 꾸역꾸역 써 나간다.


2026년 신춘문예 5곳에 응시를 해보았다.

다 낙선하였다.

당연한 결과다. 겨우 10개월.... 겨우 400권 조금 넘는 독서. 시에 대한 공부 하나 없이 당선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나 자신에 자격을 부여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자격 없는 자격을 상상한 것뿐이었는데도 잠시 흔들렸다.

내가 글을 쓸 줄은 아는 것일까? 내가 쓰는 것이 시라는 장르에 맞기는 맞는 것일까?

아니 애초 그냥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아직도 현업에서 돈을 벌고 있는 친구들이 부럽다.

새로운 공부를 하여 자격증을 따고 좋아하는 친구들이 부럽다.

돈이 많아서 아무런 재정적 걱정을 하지 않는 친구들이 부럽다.


왜 나는 글을 쓰려고 하였을까?

내가 조금은 밉고 불쌍하다.

그렇지만 한 편으로는 그냥 건방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년, 수십 년을 글을 쓰는 사람들도 많다. 그중 자신의 글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단지 내 욕심일 뿐이었다.

내가 글 쓴 이유는 그저 하고 싶어서였던 것을 가끔은 잊어버리게 된다.

아직도 사회적 인식의 물이 빠지지 않은 것이다. 버리지 못한 것이다. 스스로 버려야 한다고 수 백번 외치면서도 참 쉽지 않다.


그래서 글 쓴다.

잘할 때까지 목숨 걸고 해보려고 한다.

등단을 목표로 해보려 한다. 돈이 아니다. 나 자신을 만족시키고 싶다.

나의 삶을 살고 싶다.

무엇을 하든 나는 그래도 나다.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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