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손 사진실력 엄마와의 여행
엄마 사진 찍어줘.
인스타에 목을 매며, 인생사진에 집착하는 딸도 아니다.
300장 찍어 한 장 인생샷을 건지겠다는 심보는 더더욱 아니다.
물론 키를 180처럼 보이게 만들고, 과체중인 나의 몸을 48kg 인 완벽 비율로 만들어주면 너무나 좋겠지. 하지만 어쩌겠어. 내 몸이 8등신의 완벽한 몸매가 아닌 것을..
아니, 엄마 그렇다고 해서 3등신을 만들면 안 되지.
아니 근데 여기서 도대체 왜 자르는 거야? 왜 목만 남겨둔 거?
아니... 이게 아니라 아, 카메라 드는 것부터가 이미 망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셀카는 밑에서 위로 찍고, 전신사진은 위에서 밑으로 찍는 건데?
엄마가 봐도 이상한 구도의 사진인지 머쓱한 듯 웃음을 짓는다.
우짜노, 다음부터 엄마랑 여행 안 올라하겠네.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랑 같이 와야 예쁘게 사진도 남길 텐데
사진 전체를 가득 채운 3등신 비율의 나의 사진과
여기가 제주도 곶자왈인지, 서울의 서울숲인지, 네덜란드의 쾨겐호프인지 알 수 없는 이 공간에서
엄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사진을 남겨주기 위해 노력했다.
사진의 결과물을 보면 너무 화가 나다가도 그래, 사진을 남기기 위해 여행을 온 게 아니라 추억을 남기기 위해 온 거지.
몇 번이고 다시 찍어주려고 부단히도 애쓰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나는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엄마에게 네덜란드의 느낌이 나게, 랜드마크가 보이게 찍어달라 했지만
찍으면 찍을수록 튤립은 서울숲이었고, 풍차는 거제도의 바람의 언덕이었으며, 네덜란드 집은 마치 테마파크 같았다.
에라이, 모르겠다. 엄마 이번 여행은 사진은 글렀다. 그냥 즐기자~~
하,
엄마는 카메라에 구도설정 기능을 다운로드하여보고, 숙소에 돌아와 유튜브로 사진 잘 찍는 법을 찾아보고 있다.
이러니 내가 어떻게 화를 내? 어떻게 안 사랑할 수 있겠어.
엄마 그냥 딸 2등신으로 만들어줘. 아니, 그냥 등신이어도 좋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