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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과 금융소비자

by 새로운 습관

금융회사 직원들은 이용자를 고객님 또는 손님이라고 부른다. 사전적 의미로 '고객'은 상점 등에 물건을 사러 오는 사람을 가리키며 '손님'은 다른 곳에서 찾아온 사람이라는 '손'의 높임말인 순우리말이다. 국립국어원에서는 '고객'이라는 호칭 대신 '손님'이라는 우리말을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금융회사 이용자를 지칭하는 법률 용어는 업권별로 다르다. 은행법에서는 '은행이용자'라고 부르고, 보험업법에서는 '보험계약자'로 정의한다. 자본시장법에서는 '투자자'로 부른다. 동일한 금융투자상품에 가입하더라도 은행법상 '은행이용자'와 자본시장법상 '투자자'에게 손실이 발생한 경우 보호받는 범위가 조금씩 다르다. 규제차익과 소비자피해 구제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래서 동일기능-동일규제원칙이 적용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2021년 3월 25일부터 시행되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서는 업권에 상관없이 모든 금융회사 이용자를 '금융소비자'로 규정한다. 크게 위험감수능력이 있는 전문금융소비자와 일반금융소비자로 구분할 뿐이다.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해 제정된 법률인 만큼 금융소비자의 종류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일반금융소비자는 전문금융소비자보다 더욱 두껍게 보호받기 때문이다. 금융회사 임직원이 설명의무를 위반해 판매한 금융상품으로 인해 일반금융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때 금융회사가 고의·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입증책임전환으로 금융회사의 법률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일반금융소비자는 사후 구제를 위해 청약철회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특히 65세 이상이거나 부적합자인 일반금융소비자가 은행에서 주가연계신탁(ELT) 등 비예금상품에 가입하는 경우에는 계약체결 시까지 판매과정을 녹취해야 한다.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구절이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된다고 은행 직원들이 '금융소비자님'이라고 부르기는 왠지 어색할 것 같다. 그래도 법률에서 '금융소비자'로 지칭한 이유에 대해서는 금융회사 임직원들이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손님'으로 부르든 '금융소비자'로 부르든, 그분들이 금융회사의 존재 이유이자 가장 큰 자산이기 때문이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신 작가님들은 어떻게 불리워 지길 원하는지도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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