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날

by 제이

어릴 적, 얼마나 멀리 나가야 내가 바라보고 있는 바다의 지평선에 닿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바다는 많은 이들의 비밀을 품고 있는 것만 같다. 그 깊이를 알 수 없고, 그 흐름을 예측할 수 없다. 아름다운 모습에 홀려 깊은 곳까지 걸어 들어가다 보면 어느새 내 몸의 통제권을 잃기도 한다. 아마 거기서 더 들어갔다면 나는 바다가 품은 또 하나의 비밀이 되어 영영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참 아름답고 위험한 곳이다.

밤에 가족과 바닷가를 걸은 적이 있었다. 그날 바다는 빛나고 있었다. 파도가 칠 때마다 그 안의 야광 생물들이 반응하며 정말로 바다를 빛내고 있었다. 아름답지만 손에 쥘 수 없었다. 그저 마음에만 담아야 했던 그날의 바다였다.

5월 31일은 바다의 날이라고 한다. 그렇게 예쁜 기념일이 있을 줄 몰랐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고 살아가지 않을까. 나는 잊어버릴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정작 바다는 신경 쓰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수없이 남겼던 해변의 발자국도 바다는 미련 없이 지워낼 거다. 바로 내일 아침 바다로 달려간다 해도, 바다는 사람들의 모든 흔적을 지워낸 채, 자신이 품었던 조약돌과 작은 생물들을 취향 가득 앞마당에 풀어놨을 것 같다. 아마 자유롭게 밀물과 썰물을 오가며 모래사장에 그림을 그렸다 지우기를 반복하지 않을까. 단단한 절벽까지도 오랜 시간을 인내하며 자기 마음대로 조각하던 바다이기에 뭐라 나무랄 수도 없을 것 같다.

지평선을 향해 끝없이 나아간다 해도, 나는 바다의 끝자락에 닿을 수 없을 것 같다. 태양과 달과 별이 오가는 세상에 경계엔 수많은 비밀과 보물이 감춰져 있을 것 같지만, 나는 결국 바다 한가운데에서 길을 잃고 침몰하지 않을까. 파도에 무릎이 잠기는 곳까지만 걸어가는 것이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까.

여전히 태양을 삼키던 바다가 기억난다. 여전히 눈이 내리던 바다가 기억난다. 여전히 밤새 빛나던 바다가 기억난다. 여전히 비 내리던 바다가 기억난다. 바다가 얼마나 깊고 어두울 수 있는 곳이었는지도 여전히 기억한다.

가능하다면 바다를 품어보고 싶다. 가능하다면. 가능만 했다면. 지평선에 닿을 수만 있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