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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글쓰기 <2>

by allen rabbit

9.

조선 조정은 곧 두 번째 호란이 닥칠 것을 알고 있었다. 병자호란이 일어나는 해에 인조는 청을 달래는 서신을 보내려 했다. 하지만 대신들은 난데없이 후금 오랑캐들이 원하는 데로 청(靑)나라라 부를 수 없다며 격렬히 반대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인조는 "적은 오고야 말 것인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며 한탄한다.


10.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인조 때 역모를 꾸미던 자들은 역모를 모의 할 때나, 거사 할 날을 받을 때 술사를 찾았다고 한다.

유교 관료 체제는 공식적으로는 점술이나 예언 등을 경계하고 배척했다. 하지만 궁중에서의 주술과 저주는 수많은 사람이 고문으로 죽는 사건이 되었다.

그러니까 조선은 이런 주술적인 것들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배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실 세계에 실제로 영향을 준다고 인정하는 아이러니를 가지고 있었다.


11.

사주 명리와 점 그리고 무속이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대유행이었다. 각자도생해야 하는 세상에는 거짓말만 횡횡했다. 세상은 순리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사람들은 불안해졌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했고, 이성도 힘을 잃었다. 인조 시대 이야기다.


12-1

명나라를 배반했다는 이유로 광해를 쫓아내고 인조는 왕위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줄기차게 조선의 지배층은 존명배청을 외칩니다.


정묘호란이 끝난 직후 강원도의 유명한 무인(武人) 이인거는 이 말을 찰떡처럼 곧이곧대로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그는 오로지 충심(忠心)으로 조정에 상소를 올립니다. 자신이 정예 병사 5천을 거느리고 있으니 먼저 청나라와 화친을 주장하는 간신들을 모두 죽이고 후금을 토벌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후금을 토벌하러 갈 때 인조가 병사를 지원해주면 좋겠다는 부탁도 덧붙였습니다.


겁이 난 인조는 궁궐을 지키는 병사들로도 모자라 1등 공신 심기원의 사병들까지 동원해 궁궐을 지키게 합니다. 그리고 이인거는 인조가 보낸 토포사에게 붙잡혀 역모죄로 죽임을 당하였습니다. <To be continue>


12-2

대의명분을 곧이곧대로 찰떡같이 받아들인 이인거를 이야기하니 또 한 사람이 떠오릅니다. 점쟁이들은 윤석열에게 “청와대에 들어가면 죽는다”고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윤은 기를 쓰고 용산에 집무실을 꾸몄지만 점쟁이는 대통령이라는 뜻으로 청와대를 쓴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직도 존명배청과 같은 말이 떠도는 지금, 두 사람의 시작이 같았으니 끝도.... <The End>


13.

병자호란이 있던 해에는 이상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월식과 일식은 물론이고, 6월에는 장맛비가 한 달 동안이나 줄기차게 내렸습니다. 거제에는 우박이 쏟아지고, 남원은 홍수가 나서 사람이 죽었습니다. 8월 평안도에는 소 돌림병이 번져 소들이 한 마리도 남김없이 죽었다고 합니다. 대동강에서는 강오리가, 서울에서는 개구리가 며칠씩이나 싸워 시체가 즐비했고, 경상도에서는 갑자기 돌이 혼자 저절로 움직이고, 안산에서도 바다에서 올라온 돌이 길을 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쟁이 나기 보름 전. 종묘 집사청에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이 났습니다. 이상한 점은 불을 끄고 살펴보니 불은 아래가 아니라 머리 위 대들보에서 시작됐다는 점이었습니다. 그것도 아무도 없는 건물에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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