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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len rabbit May 28. 2023

아이돌 산업은 얼마나 지속될까?

영화 하한주, 음악 상한주

며칠 전 주식을 하는 동생과 술을 한 잔 했다. 이야기 도중 요즘 K-POP이 잘 나가고 있다고 하면서 녀석은 이렇게 덧붙였다.

“이거 오래 못 가지 싶어.”

“왜?”

“기획사가 강제로 가수를 뽑아내는 거잖아. 선진국에서는 하기 힘든 구조 아닐까?”

그 힘든 일을 견디고 가수가 되려는 사람들은 선진국이 될수록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K-POP은 우리나라에서만 소비되는 음악이 더 이상 아니다. 뿐만 아니라 하이브 하나의 매출이 1조가 넘는 규모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오고 있다. 원래 음악을 하던 사람들이 음악을 만들기 위해 회사를 만들어서 음악을 만들어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창작자가 재주를 부리면 돈을 창작자가 번다. 나는 이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2000년대 초까지도 대중음악은 신나라가 유통을 장악하고 있을 만큼 상당히 뒤처진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 형편없는 곳에 자본이 빨대를 꽂을 생각을 안 했던 것이다. 그래서 달라진 점은 실재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이 구조를 스스로 변화시켰다는 거다. 

90년대 후반 기획형 아이돌들이 성과를 이루면서 너도나도 아이돌을 기획한다. 문제는 돈이 되긴 되는 거 같은데 우리나라 시장만으로는 충분히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한다는 현실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일본으로 중국으로 미국으로 시장을 넓히려 애를 썼다. 그리고 그렇게 벌어들인 돈은 고스란히 다시 새로운 기획과 새로운 아이돌을 위해 재투자하게 됐다. 이렇게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지난번 내가 쓴 <영화의 위기>에서 말했지만 이건 대자본의 저주다. 한국영화가 잘 나가던 바로 그 시절 영화판은 자본의 수혈을 받으면서 창작자가 재주를 부리면 투자자가 돈을 가져가는 구조가 완성됐다. 그래서 우리 영화인들은 외국에 나가서 용역을 했다. 그들의 작품을 대신 찍어주고 만들어주며 돈을 번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시나브로 망해가는 중이다. 

내가 좋아하는 여러 아이돌 그룹들의 해외 투어를 보면 나는 괜히 신난다. 그들은 비즈니스를 타고 움직이고 수백의 스텝들을 거느리고 투어를 한다. 그리고 가수 개개인 역시 어마어마한 부를 누린다. 

돈이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인다. 돈을 벌 수 있다면 더 많은 사람이 그 가능성에 베팅한다. 요즘은 의사가 되면 연봉이 얼만지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다. 자격증만 있으면 그 돈을 벌 수 있으니 초등학생부터 의대반이 만들어진다. 계속 똑똑한 아이들이 의사가 되니 의료 수준은 질적으로 엄청 높아졌다. 지금 수많은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춤을 추고 노래하며 가수의 꿈을 키운다. 전 세계에서 가수를 하고 싶은 아이들이 우리나라로 오는 비행기를 탄다. 그리고 지금도 쉴 새 없이 좋은 곡들이 나오고 있다. 이 둘은 서로 다르지 않다. 아니 어쩌면 아이돌이 되는 게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의대 정원은 매년 3천을 뽑지만 매년 데뷔하는 아이돌은 이 보다 훨씬 적으니까. 

나는 K-POP이 상당히 오래갈 거라는데 내 18번 노래와 소주 네 병을 건다.

안구테러. 인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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