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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May 01. 2024

시나몬 어때?

시나몬롤을 좋아해

아마 시나몬이 좋아서 인 거 같아.


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새로 들어온 책에 스티커 붙이는 일을 2시간 집중해서 하다가 멈추고 잠깐 쉬고 있거든. 새로 단장한 3층 문학자료실을 둘러보다가 이 책을 만났어.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있는데 다음 주 독서모임 책이고 독후감을 써야 되는 책이야. 재일교포의 책이었고 거기에 나쓰메 소세키의 목이 많이 나와.

처음에 책 제목으로 루쉰이 보여 이쪽 서가에 다가왔다가 그 옆에 소세키의 책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있는 거야. 번역 서니까 작가의 이름과 책 제목이 살짝 다르지만, 그 책인 건 알겠어.


어, 무인반납기에서 책 가져왔다. 이제 잠깐 일하고 돌아올게.


일 끝나고 집에 욌어.

먼저 두부치아바타 만들려고 아파트 내에 있는 마트에 가서 큰 두부 한 모 사 왔어. 두부랑, 밀가루, 물만 넣어 오토리즈 만들고 본반죽에 넣을 설탕, 소금, 물, 올리브오일 계량해 놓고, 당근, 양파, 크랜베리를 준비해 두었어.

그리고 오토리즈 될 동안 글 쓰러 왔어.

부엌, 내 공간에 있어 가스레인지 후드동하고 부엌 등을 켜고서.

언젠가 울적한 날? 아님 기분도 몸도 힘이 새어나간 것처럼 힘이 없던 날. 아마도 마음이 무거워 눈에서 총기도 사라진 오후였던 거 같아. 안방에 들어갔는데 이케아에서 산 스탠드만 켜져 있었어. 주황빛의 전구색 전구만 켜져 있는데, 추운 겨울에 모닥불 곁에 가 앉은 것만큼 기분 좋은 위로를 받았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던 마음에 웃음 지어졌거든. 그날 알았어. 은은한 전구 불빛이 주는 안정감과 편안함을. 그때부터 저녁시간에 그리고 새벽시간에는 전구불을 주로 켜. 지금도 부엌에서 노란 전구불을 켜고 있고 아늑함을 느끼며 이 글을 써. 차분해져. 이 불빛 속에 있으면. 따뜻한 옷을 감싼 것 같이 마음이 포근해져. 분위기에 약한가 봐.


오늘 근장 하며 알게 된 친구가 있어. 네 명을 만났는데 한 명은 도서관 직원으로 할 일을 알려주는 여자분이었고 3명은 남자 대학생들이었어. 그중 한 명은 문헌정보과 대학생으로 한 달간 실습 나온 학생이었고 두 명은 나와 같은 대학교 학생이었어. 그중 한 명이 물치과랬는데 말을 잘해. 두 시간정도 일끝난 일반열람실에 앉아 얘기를 나눴어. 모르는 사람이고 처음 본 사람이라 할 말이 그다지 없어 얘기하다 핸드폰을 보려다가 얘기 걸어주면 말을 정중하게 예쁘게 조리 있게 잘하길래 계속 말을 이어갔지. 그 친구의 얘기를 많이 들었어. 3학년 졸업반에 다음 학기는 휴학하고 그전 전공 살려 1년간 취직하고 다시 학교로 올 거라고. 문신이 보여 이쁘다고 멋있다고 했어. 행성과 궤도였는데 내가 본 문신 중에 제일 괜찮은 문신이었어. 행성과 문신이라. 반팔에 가려진 문신이 살짝 보여 그것도 보여달라고 했서 보여줬는데 거기에도 행성이 있었고 별자리라고 했어. 자기 별자리. 자기 가족이 다 했대. 엄마도 아빠도 했다는 것에 놀라기도 하고 트이신 분들 같아 멋있기도 했어. 엄마는 어깨에 아빠는 어디랬더라. 누나가 먼저 하고 와 부모님께 들켰다고 했고 부모님이 이해하고 함께 하게 됐다는 거야. 가족이 다 같이 한 별자리 타투 멋있지 않니?

취직준비도 하고 앞날에 대해 생각도 준비도 계획적으로 하고 근로장학생 알바도 전문가처럼 하고 생각하면서 준비하며 사는 게 신뢰가 가더라고.

점점 편하게 대화를 하다 이번주 금요일에 서울에서 일박할 일이 떠올라 숙소 잡는 걸 물었고 앱을 깔고 숙소를 찾고 결제까지 그 친구와 함께 했어. 내가 가는 동서울 터미널 쪽을 잘 알고 있는 거야. 잘 아네요 그랬더니 서울사람이래. 학교 근처가 집이래서 이곳 사람인 줄 알았는데 놀랐지. 그리고 잘됐다 싶어 지하철이랑 주위에 대해서 물어볼 수 있어 좋았어. 혹시 물어볼 거 있을 때 물어보면 좋을 것 같아 연락처도 받았어. 어려워하지 않고 모르는 거 창피해하지 않고 다 물어보고 숙소도 예약하고 결제까지 다하고 번화 번호도 묻고. 하고 싶은 말 생각해 가며 가려하지 않고 숨김없이 다 한 거 같아. 결제하며 비밀번호 6자리 누를 때도 고개도 안 돌리고 보던걸. 그래서 그랬지 비번 쓰는데 고개도 안 돌리는 사람 처음 본다고. 그랬더니 핸드폰 훔쳐갈 것도 아닌데요. 라더라. ㅎㅎ 내가 편하게 대하니까 다른 사람도 나를 편하게 대해. 그거 좋아. 그동안 내가 너무 가리고 꽁꽁 숨기고 살았지. 이제야 나를 활짝 활짝 열며 살 수 있게 됐어.

도서관 쉬는 날이고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해서 책 읽고 정리하려던 계획이었는데 일하고 얘기 나누며 하기로 했던 건 못했지만 물 흐르듯 대화 잘하는 사람을 만나 대화를 하고 와서 집에 오는 길도 가벼웠고 해야 할 것 못했다는 쫓기는 마음도 없고 편했어. 그래서 집에 와서도 아침에 만들고도 저녁에 또 빵을 만들 수 있었어. 사람과의 만남과 대화 관계가 중요하 가는 걸 체험한 오늘이야. 오늘도 배웠어. 그리고 좋은 기분도 얻었어.

그리도 너도 만나게 됐어. 내 일기 속 친구. 널 앞으로 시나몬이라고 부를게. 나중에 바꾸고 싶으면 바꿀 수도 있어. 너도 바꾸고 싶거든 말해줘. 내 맘이 드는 거면 바꿔줄게. 너 이름인데 내 마음에 들어야 하는 거냐고? 응 그래. 내 맘에 들었으면 좋겠어. 내가 부를 거니까 말이야. 내 맘에 들고 내가 부르고 싶은 이름. 생각하면 좋은 이름. 부르고 싶고 가깝기 느껴지고 글쓰기에도 더  친근하길 바라니까.

이제 본반죽하러 갈게. 오늘 하루치의 나의 얘기를 들어줘서 고마워. 좋은 저녁, 밤 보내고 내일 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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