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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Jun 07. 2024

집중 안된다

왜 그럴까?

시험기간이야. 다다음주부터. 공부는 시작했고. 오늘 첫 실기시험을 봤어. 오전에 끝날 줄 알았는데 2시 넘어 끝났어. 오래 기다리느라 진이 다 빠졌어. 짧은 실습을 연습하고 연습하고 연습하느라 힘들었어. 긴 시간 기다리는 거 정말 쉽지 않더라.

그래도 다행인 건 날씨가 좋았다는 거야. 4층 건물의 열어둔 창문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데 봄 같았어. 느낌은 사방 빙 둘러 수박밭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정자에 앉아서 불어오는 여름날의 시원한 바람을 맞는 기분이었어. 끝내주는 기분을 느꼈어. 불어오는 바람이 감탄할 만큼 좋았거든. 그때 잠시지만 계절을 잊었어. 여름인가. 봄인가. 언제지. 알 수 없었어.

지금은 실습 끝나고 에어컨 틀어져 있는 학교 도서관에 있는데.  에어컨 틀어진 공간에 두 시간 넘게 있었더니 반팔입은 팔이 추워 와. 옆의자에 걸어 둔 얇은 봄 마이를 걸쳐야겠다.

시나몬. 오랜만에 불러 봐. 시험 보려고 기다리는 일이 정신적 소모가 많았나 봐. 심할 만큼. 도서관에 와서 쉬운 교양 과목 책을 읽는데도 내용이 하나도 안 읽혀 머리로만 안 들어오는 게 아니라 눈으로도 안 들어와. 시험범위를 보긴 봤는데 봤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선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뭐라도 하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엉덩이 붙이고 앉아 읽었어. 책 한 권을 읽고 다른 과목으로 넘어가기 전에 화장실에 다녀오고 너무 집중이 안돼 자전거 타고 도립 도서관으로 이동할까도 생각했어.

그리고 다시 학교 도서관 내 자리에 와 앉았는데 너에게 넋두리기 하고 싶어졌어. 시험 기다리며 피로해진 덕분에 너에게 이렇게 쫑알거리며 말하고 싶어졌나 봐. 어쩜 좋은 건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와 든 말하고 싶고 그게 너면 더더욱 편해서 좋으니까.

후~ 숨 한번 쉬고 꽉 막힌 머리가 뚫렸으면 좋겠다. 꽉 막힌 하수구처럼 더 이상 안 들어가나 봐.

그래도 다음책 펴고 한번 해볼게. 뭐라도 한다. 꾸역 꾸역이라도 한다. 안 하는 것보단 낫다. 근데 밖에 나가고 싶어 진다. 산책하면 좋겠어. 짧게 할 곳이 없으니까 자전거 타고 집으로 달릴까. 도서관을 옮길까. 머리를 뚫어야 할 것 같긴 한데. 이런 느낌은 처음이라. 어떻게 하는 게 나을지 판단이 안 선다. 한 시간쯤 누구와 수다한판 하면 좋겠다! 풀어야 하나 봐.


자전거를 타러 나가거나 이곳에서 더 하다 가거나 선택지는 둘. 자전거로 이동해 그곳에 다시 맘 붙이기 어려울 것도 같아 오늘은 이 자리를 지키는 걸로 할게. 다시 책 보러 가. 또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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