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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과 Mar 28. 2023

크림빵에 흑당버블티

외로운 조합인 거 같아서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생각만 한다. 블로그 일기를 쓰다가 브런치를 켰다. 점심에는 연어 덮밥을 먹었고 저녁에는 사마르칸트에 가기로 했다. 여기에서는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나의 오래된 연인들에 대해서, 잃어버린 몇 가지 시간들에 대해서, 기억, 그러니까 나만 가진 기억들에 대해서까지도. 


그렇게 거창할 것도 없다. 대부분의 삶은 거창하지 않다. 사건은 나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나에게만 대단한 일들이라면 조금 잊어버려도 괜찮을 것 같다. 그렇게 두 해 정도는 아무리 해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몇몇 장면만이 남았을 뿐. 그렇다고 그립냐면 그렇지도 않다. 그때의 나는 파란 머리를 자주 했고 자주 술을 마셨고 자주 외로워 했던 것 같다. 물론 지금도 외로운 건 매한가지다. 다만 그 시절에는 견딜 수 없어했고 지금은 훨씬 잘 견딜 수 있게 되었을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은 점점 휘발된다. 기억은 되짚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계속 머무르는 생각은 현재의 생각이다. 어떤 지나감은 굉장히 원했는데 또 어떤 순간에는 영원히 머무르고 싶다. 변덕이 끊이질 않는다. 4월이 온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생일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주변에 4월 생이 많이 없는 것 같다. 잔인한 달에 태어난 나는 어쩔 수 없이 잔인한 생일들을 보내기도 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이나 우울감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한다. 봄은 그게 아니더라도 충분히 혼란하니까.


시도 썼다가 소설도 썼다가 한다. 일기도 쓰고 아주 가끔은 편지도 쓴다. 이번에는 꼭 여행을 갈 것이다. 혼자서 멀리 갈 것이다. 가능한 오래 있다가 오고 싶다. 그 무엇을 해도 괜찮을 것 같은 기분으로. 여행지에서는 누구도 나를 모르는 것 같고 모를 것 같고. 걸어서는 절대로 집에 갈 수 없어서 좋다. 더운 나라에 가서 수영이라도 하고 싶은 기분. 슬픈 건 한국 호텔에서도 충분히 수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귀찮은 걸 싫어하니까 호텔을 자주 갔다. 물론 운전할 수 없기 때문도 있었지만. 오토바이를 타고 싶다. 죽지 않을 정도로만.


어디까지나 개인의 생각. 조용하게 몰아치는 슈가하이. 어디로든 가는 문. 오래 된 LP바. 한쪽으로만 기우는 의자. 사탕 목걸이. 종종 생각나는 마지막의 마지막. 그러니까 잘 살자라는 말로 끝낸다. 그럴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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