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저는 시니어 디자이너 입니...까?
처음 인사드려요 :) UI/UX 디자이너 DDON 입니다.
닉네임은 만들어 낸지 채 1시간이 되지 않아 큰 뜻은 없습니다. 보통 회사에서 쓰는 닉네임을 사용했었는데 이전 브런치 글 작성 시, 괜스레 제가 쓴 글을 사람들이 읽고 저라는 것을 알까봐 전전긍긍 했던 기억이 나
이번에는 새로운 닉네임으로 편하게 쓰고자 합니다.
저는 올해 5년차에 접어들고 있는 UI/UX 디자이너 입니다. 업계에 들어와서 이제 막 세번째 회사에 도착해서 정신없이 적응하며 일을 하고 있는 시니어 디자이너입니다. 사실 시니어- 시니어- 하고 회사에서 불러주니
'아, 나 시니어 디자이너구나' 하는거지, 아직 경력도 불안정하고 제가 보낸 시간이 '시니어' 라고 불릴만큼
값진 시간들이였나.. 하고 고민해보면 불안한 마음이 큰게 사실 입니다.
사실 이런류의 글은 꽤 많습니다.
당장 브런치를 둘러보아도 분야는 다를지언정 주니어 디자이너로서의 고민/자세/진로에 대한 고민과 시니어 디자이너로서의 책임/역할/능력에 대해 얘기하고 토로하는 글은 굉장히 많거든요. 그만큼 나이가 들고, 경력- 즉 연차가 쌓여가며 어떻게 성장해가는지, 그리고 어떤 자세로 임해야하는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걱정하고 있다고 추측합니다.
사실 답은 없죠.
저 또한 불안한 마음 반, 누군가에게 토로하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 반으로 이 글을 작성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사실 어떠한 '답' 을 원하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겐 실망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0년자, 20년차 디자이너 선배분들의 얘기나 HR에 대한 강의를 들어도 하시는 말씀, 의도,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고 그것을 다 특정할 수는 없더라구요. 그런 고연차분들도 늘 하시는 말씀이
본인도 항상 고민을 하고 꼭 말의 끝에 본인 또한 답이 아니라는 것을 얘기하셨거든요.
살짝 저의 경력을 짚고가자면 인하우스 2곳에서 프로덕트 디자이너로서 일하다가 뒤늦게 에이전시의
매운맛을 온몸으로 겪고 있습니다. 시각 디자인학과를 졸업했지만 제가 재학했던 시절을 포함- 현재까지도
(제가 듣기로는) 저희 학교는 아직 UI/UX Design에 대한 강의를 제공하고 있지 않습니다.
저 또한 원래 지망하던 일을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 접고 우연히 UI/UX 강의에 대한 글을 보고 시작하게 된
늦깎이 디자이너에요. 그런 이유로 처음에는 열정보다는 먹고 살아야하니 하는 일- 정도로 시작했다가
의외로 (?) 결이 맞아 쭉 이 일을 업으로 삼고자 하고 있습니다.
저에 대한 소개를 잠깐 한 이유는 생각보다 UI/UX 디자인 분야에 저와 같이 뒤늦게 시작하시거나 비전공자 분들이 많다는 얘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심미적인 부분에 있어 진입장벽이 기타 디자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점, 높은 연봉이나 분야에 대한 접근성이 높다보니 자연스럽게 진로를 변경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처음에는 미대생으로서 다른 UI/UX 또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들보다 그래픽적인 심미성이 높은게 스스로의 경쟁력이라 생각하고 굉장히 높은 밀도로 밀어붙이기도 하고, 중간에는 개발자분들과 친한 환경에 있다보니 퍼블리싱, React에 대한 공부에 파고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둘다 UI/UX 디자이너에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이긴 하지만 의외로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한 발견과 해결' 은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너무나 추상적인 말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고, 디자인 보다는 기획적인 접근법이 더 많다고 느껴져서인지 깊이 고민해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로 인해 처음 현재 회사로 이직 후 많은 동료 디자이너분들과 CD님들을 뒷목잡게 했습니다. 지금도 포함해서-)
지금은 UI/UX 라고 하면 당연하게
사람들의 실생활의 문제를 발견하고 이를 디지털 디바이스, 모바일을 포함한 키오스크의 등의 기기들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
라고 어느정도 인지- 약속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저의 경우 시작할 때만 해도 이러한 얘기들을 해줄 사람들이 크게 없었다는 점입니다.
유튜브의 마디아님의 강의나 브런치, Medium 등의 콘텐츠에서 UI/UX에 대해 얘기하긴 하지만 방법론적인 접근법일 뿐- 그렇게 이걸 어떻게 활용하고, 어떻게 접목하는지에 대해 늘 답답하고 궁금했습니다.
전 회사들에서 저는 1인 디자이너였거든요. 이런 얘기들을 들을 수 있는 선임, 또는 후임 디자이너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디자인 스터디 -디프만- 이라던지, Coloso / Fast Campus 등의 강의 등의 공부에 집중했습니다. 뭐라도 해야지 정체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 같아서요.
디자인과라면 UI/UX를 하는 선후배가 있지 않느냐- 하실 수 있는데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저희 학과가
유독 UI/UX에 대한 관심이 약했습니다. 라떼는- 을 잠깐 언급하자면 제가 졸업할 시점에만 해도 브랜딩 디자이너가 뭔가 굉장히 호황이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UI/UX는 막 커지는- 하지만 정확히 뭘 어떻게 시작하고 준비하는지에 대해 어떤 커리큘럼이 존재하지는 않던 시절로 기억합니다. 관련 강의가 많이 생긴 현재는
이런 문제가 많이 작아지긴 했지만 오히려 현재는 많은 UI/UX 강의들이 본질보다는 취업 또는 연봉만 얘기하는 것 같아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이 있습니다. (물론 돈은 정말 중요합니다!)
아무튼 이러한 환경속에 계속해서 버티다보니 친한 학교 선배분이 이런 말을 하시더라구요.
그러지말고 에이전시를 가보는 건 어떻냐- 라구요.
에이전시라.. 사실 생각못했던 건 아닙니다. 디자이너하면 에이전시를 가야지 성장한다- 라는 말도 많이 들어보았고, 전문성에 대한 걱정도 커지다보니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다만 무섭달까..?
친한 지인들이 브랜딩 에이전시에 많이 속해있었는데 (현재 포함) 다들 야근은 당연하고, 주말 출근까지 해나가며 회사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고 '와.. 나는 절대 저렇게는 못살겠다..' 라고 빠르게 포기했었어요.
물론 지금은.. 그럴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깨달아가며 저 또한 잦은 야근을 즐기고 있습니다. (주말까지는 잘 가지 않습니다. 가끔..씩..?)
그리고 일단 입사를 해야 뭐.. 받아주지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실수는 없죠.
그러던 와중 다니던 회사에서 팀 해체 이슈가 발생- 운 좋게 (?) 실업급여를 받으며 처음으로 여유를 가져가며 뭔가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저는 고등학생때부터 쭈-욱 혼자 지냈어요. 물론 부모님의 지원도 조금씩 있으셨지만 나이가 들면서 민망하더라구요 ㅎ)
시간이 생긴 김에 포트폴리오에 정성을 좀 기울이고 싶었고 이번에는 멋부리지말고 나다운 포트폴리오를 만들자-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4년차에 접어들면서 스스로 더이상 쫒겨가며 디자인을 하고싶지 않다-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비쥬얼적으로 화려하고 멋있는 디자이너들도 점점 많아지고 더 이상 개성없는 쫒기기만 하는 디자이너 중 1명으로 살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있는 그대로의 저를 담은 포트폴리오를 만들었습니다.
이 포트폴리오 취업이 되지 않는다면- 나는 여기까지인 디자이너라고 생각하자. 라고 편하게 마음먹었어요.
하루에 시간도 굉장히 제한적으로- 하고싶지 않다면 최소 시간만 지켜가며 최대한 편안한 마음으로 남의 것을 베끼는 게 아닌 내 결과물을 담자- 하는 생각만 하며 만들었습니다.
뭐.. 결과적으로는 좋은 결과를 냈지만.. 지금 돌아보면 매우 가볍고 부끄러운... ㅎㅎ 포트폴리오가 나왔지요.
다행히 현재의 회사도 그렇고 나름 대기업이라는 곳에서도 합격 통보를 받고 한동안 자신감에 차올라 있기도 했습니다. 입사 후 딱 1달만에 그 자신감은 박살났지만요.
쓰다보니 이야기가 길어져서 막상 하고싶던 주니어/시니어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담지 못했네요. (죄송..!)
다음에는 주제에 집중해서 쓸 수 있게 노력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