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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DON Nov 24. 2024

우당탕탕 에이전시 디자이너

04 실력 없는 디자이너

안녕하세요. DDON 입니다.


다들 주말 푹 쉬셨나요? 주말 내내 오랜만에 1도 일하지 않고, 인스타와 유튜브 숏츠, 카카오 페이지 소설만 줄곧 읽다가 드디어 더 이상 쉴 게 없다- 뭐라도 하자! 하는 마음으로 돌아온 DDON입니다.. (민망하네요.)


오늘은 조금 민감한- 하지만 제가 요즘 많이 드는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내보고자 합니다.

바로 실력 없는 시니어 디자이너에 관한 얘기입니다. 제가 요즘 많이 신경 쓰이는 주제거든요..



나.. 필요 없는 거 아닌가..


사실 줄곧 마음속에 품고 있던 내용이긴 했습니다. '내가 시니어를 달아도 되는 걸까.. 팀에 폐만 끼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울컥하네요) 여기서 말하는 시니어는 10년 차 20년 차 시니어가 아닌 '이제 막 주니어를 벗어난' 디자이너 이긴 합니다.


너무 자신감이 없는 것 아니냐고 하실 수 있습니다. 첫 프로젝트에서 한창 힘들어할 때 에이전시를 권한 선배가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회사에서 너를 뽑을 때 네가 당장 첫 프로젝트부터 퍼포먼스를 발휘할 것이라 기대 안 한다. 니 입으로 먼저 못하겠다는 말만 하지 마라'


그때 정말로 진지하게 이직한 지 딱 3개월- 수습이 종료되는 분기점이었습니다. 팀에서 뭔가 제 역할을 못 찾는 것 같아 심란해하는 도중- 제 실수로 팀 전체가 새벽까지 야근하는 일이 생겼었습니다. 그때 너무 죄송해서 숨이 턱턱 막혔었죠.. (죄송합니다. 당시 팀원분들..) 새벽 1시.. 2시.. 넘어가면서 들리는 앞자리 팀원분들의 한숨소리가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분을 탓하는 게 아니라 다들 정말 프로젝트가 힘들어서 매일매일 야근 했었는데 제 실수로 새벽을 넘겨버리니 정말 죄송해서 미-촤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다들 괜찮다고, 그럴 수 있다며- 한 마디도 질책하지 않으셔서 오히려 더 죄송했습니다. 다음 날 퇴근하면서 선배한테 거의 울다시피 하며 통화를 했던 게 아직도 생생하네요. 저 때 정말 '더 이상 폐 끼치지 말고 퇴사할까..' 이 생각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 물론 그때 어찌어찌 시간이 지나고 겨우겨우 요령이 생겨서 프로젝트를 마무리 하긴 했지만, 당시에는 정말 내가 못하면 팀원들이 다 같이 야근을 하는- 일종의 연대 책임이 생긴다는 것에 대한 공포가 굉장했습니다. 지금까지는 내가 못하면 순순히 내가 책임을 지면 끝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못하면 그게 '회사'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에 대한 공포 또는 책임감을 처음 느꼈던 순간 이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현재 프로젝트로 오게 되니 첫 프로젝트와는 또 완전히 다른 공포- 또는 책임감이 엄습했습니다. 이 전에는 그래도 내가 못하면 다른 시니어 디자이너님이 도와주실 수 있었는데, 이제는 저와 주니어 디자이너 분들 외에 디렉터님 밖에 안 계셨거든요. 지금까지 내가 맡은 것만- 똑바로 파악해도 그나마 다행이었는데 이제 다른 팀원 분들의 작업까지 같이 확인하면서 제 작업을 진행하려고 하니 부담감에 토할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살도 더 빠져서 뭐... 나쁘지 않은 결과 같습니다.)


팀원분들이 굉장히 많이 도와주셨지만, 스스로 지레 겁먹기도 했고 들어왔던 업무- 파악해야 되는 History 등등- 그리고 매일매일 야근함에도 늘지 않는 퀄리티나 속도 등, 너무 많은 것들에 짓눌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시간이 쌓이고 저를 포함한 팀원 분들도 업무에 조금씩 익숙해져 갈 때쯤- 팀원 분들과 업무적인 부분에서 부딪침이 생기고 음- 뭐랄까 저에 대한 업무적 신뢰가 좀 떨어져 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무래도 업무 진행 중 생긴 이슈들 (부족한 업무 퍼포먼스, 업무 상 실수 등)을 계속해서 옆에서 지켜보시다 보니 많이들 답답하셨던 것 같아요. 팀원들에게 고객사 - 디렉터님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 내용에 전달할 때 누락되는 내용들이나 오 전달되는 내용들이 한층 더 그렇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고요.



하.. 도망가고 싶다.

그래서 요즘은 팀원들과 다 같이 디렉터님의 전달 내용을 듣거나 고객사분들이 보내온 내용을 다 같이 공유해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걸로 조금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스스로 꼼꼼하지 못한 게 이런 곳에서 전체적으로 피해를 주게 되는구나- 싶어서 많이 불편했습니다.


그러다가 며칠 전 팀원 분들과 작업을 하던 도중 유독 제가 맡은 부분에서 펑크가 많이 나는 일이 생겼었습니다. 조금씩만 더 신경 쓰면 되었을 부분들이 누락되면서 종합사고같이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다행히 디렉터님이 발견하고 수습해 주셨지만- 자신감이 곤두박질치는 느낌이었습니다. '조금만 더 신경 쓸걸-' 하는 후회가 들었지만 후회는 후회고 일은 일이죠. 최대한 티를 내지 않고 빠르게 팀원들과 수습해서 정리했지만 이후로도 계속 찜찜했습니다.


팀원들과의 삐그덕거림, 중복해서 발생하는 업무적 실수


이런 것들이 나 스스로가 시니어감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들게 했습니다. 오히려 저희 팀원분들이 저보다 더 업무적으로나 일을 잘 처리하는 모습을 볼 때 최대한 티는 안내지만 제 역할을 못하는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의욕만 넘치고 일은 잘 처리 못하는 것 같아서요.


뭐- 시간이 좀 지난 지금은.. 사실 지금도 ㅎㅎ 뼈아프게 신경 쓰이는 문제이지만, 예전처럼 멘털이 막 부서지거나 그러지는 않도록- 노력 중입니다. 사실 이런 일들을 곱씹는 게 가장 멍창한 짓- 해결방법을 빠르게 찾는 게 가장 현명한 행동이겠죠.



[해결책]

1. 발생했었던 기존의 이슈사항들을 재 체크하여 현재 업무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지 꼼꼼하게 2차 확인

2. 팀 전체 업무에 관한 상세 내용 공유 및 명확한 R&R 정리



요 2가지가 현재는 가장 명확한 업무에 관한 현실적인 해결책인 것 같습니다.




한창 풀이 죽어 있을 때 디렉터님이 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잘하는 것보다 실수하지 않는 게 중요해."


요즘 들어 더 깊이 각인되는 말인 것 같습니다. 잘하는 건 어렵죠. 

그 기준도 모호하고. 하지만 원래 하던 업무를 실수하지 않는 것이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기본이라는 걸 요즘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요번 주의 목표는 '덤벙거리지 않고- 꼼꼼하게 살피는 것'을 목표로 해야겠습니다.

못한다고 도망갈 수도 없고, 또 이런 것들을 고쳐나가면서 실력이 좋아지는 것이겠죠.


어렵지만 너무 깊게 담아두지 않게 노력해야겠습니다.

다들 한주 마무리 잘하시고 새로운 한 주 맞이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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