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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아 Mar 25. 2023

오랜만이야, 교토!

3년 만에 오른 비행길

학생신분을 내려놓은 채, 올해 대학교를 졸업했다.

나의 대학생활은 조금 한 방 한 칸을 강의실로, 친구들과는 마스크로 모습을 꽁꽁 숨긴 채 막을 내렸다. 쉼 없이 달려온 4년.

“잠시, 휴식기를 갖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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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유학생활 덕에 어렸을 때부터 지겹도록 오가던 일본.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걸 잃지 말자는 말이 괜히 있던 게 아니었다. 우리의 모든 일상을 한 입에 집어삼켜버린 희대의 전염병으로 여행은 물론이요, 학교도, 집 밖으로도 나가지 못한 채 3년의 시간이 흘러가버렸으니까. 부풀어가는 아쉬움을 달래고자 매일같이 앨범의 도움을 빌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군데군데를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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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름에 빠져있던 찰나, 이내 서서히 전해지는 단비 같은 소식.

“서서히 하늘 길이 열린다.”

점차 해외여행과 관련된 기사들이 인터넷에 도배되자 흥분을 감추지 못 던 나였다.

정말 떠날 수 있을 까. 여행 갈 수 있는 거야?!

지긋지긋한 일상에서 한시라도 벗어나고 싶었기에 이 날만을 마음속으로 지새우며 일상을 흘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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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많은 여행지 중에 왜 일본이냐고?

솔직히 말해서, 일본이 이번 휴식기의 목적지가 될 줄 꿈에도 몰랐다. 졸업을 마친 후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을 시기가 3월이었고, 때마침 언니의 졸업식도 3월이기에 이건 하늘이 나에게 정해준 여행지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다지 내키지 않은 채, 일본으로 몸을 돌렸다. 휴식기의 끝은 나도 몰랐기에 시작을 알리는 편도 티켓만 끊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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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니면서 느꼈던 건 사람마다 고유의 살냄새가 있듯, 나라 별로도 특유의 냄새가 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코 끝으로 느껴지는 이 달짝지근한 냄새. “나 정말 도착했구나, 일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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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온 것치곤 익숙하던 장소들이 차차 눈 안으로 들어오자 두 다리가 자연스럽게 방향을 잡았다. 변함없이, 본연의 모습으로 기다려주고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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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7살 한국을 떠나 처음 낯선 땅에 우뚝 선 순간, 18살 아빠와 언니 꽁무니만 졸졸 쫓아다녔지. 19살 서서히 여행의 맛에 눈을 떠버렸고, 20살 여행하며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이 어느새 꿈이 되어버렸다. 여행에 있어서 늘 색다른 경험, 새로운 모험을 고집했다면, 지난날의 추억들을 곱씹으며 음미해 보는 것도 꽤나 매력 있는 일. 별기대하지 않은 채 도착한 일본이지만, 공항에서 나와 공기를 들이마신 순간. 슬며시 올라가는 입꼬리를 주채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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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단어 자체만으로 사람을 설레게 하는.

수상할 정도로 매력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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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져 내 여행기가 두껍게 기록될지, 하루하루가 기대되는 오늘이다.

24살. 일본에서 갖는 휴식기.

발자취가 여권에 기록이 남듯, 인생에 있어서 깊이 기억될 이번 여행.

조심히, 잘 다녀오겠습니다.

이른 아침 출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교토타워 오랜만이야!
익숙한 기온거리
우동과 어묵 빠질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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