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언수행

- 서초동 법원 언덕길

by 세상의 창

<묵언수행>

- 서초동 법원 언덕길


지하철 교대역 10번 출구 나와

법원 가는 언덕길

삼복이 지척이라 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니

힘에 부친 탓일까

옷은 땀에 젖고 숨이 찬다

어깨를 맞대고 걸어 오르는 저 사람들

서로 할퀴고 뜯는데 이골이 난 사람들

허리는 휘었고 발걸음은 무겁다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죄수처럼

살아도 사는 게 아닌 것일까

재판은 정답이 없고

판결결과는 빗나간다

천칭을 높이 든 정의의 여신은

눈가리개로 눈을 덮고 있으니


서초동 법원 언덕길은

소송에 이길 것으로 확신하는

정신병 환자들이 득실거린다

단돈 10만 원이라도 ‘내가 왜 손해를 보나’

분노로 가득 찬 저 가슴속을 누가 알까

소송이 사람을 미치게 한다

법 없이 사는 사람은 참으로 행복하다

서초동 법원 언덕길을 오르내리면서

분노를 달래려 애를 써보지만

헛된 것을 바라보고

헛된 것을 좇는 인생이 너무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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