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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민경 Dec 25. 2022

인간 본성 가장 깊은 욕망,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

분신 - 도스토옙스키

데일 카네기의 '인간 관계론'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기본적으로 원하는 것들에 대해 쭉 리스트업 한 내용을 볼 수 있었는데요. 사람들은 삶을 살며 생각보다 그렇게 많은 것들을 원하지 않지만 그 얼마 안 되는 것들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완강하게 갈망한다고 이야기 해요. 그리고 해당 리스트는 아래의 8가지가 있었어요.


1. 건강과 생명 유지

2. 음식

3. 잠

4. 돈과 돈으로 사는 것

5. 내세의 삶

6. 성적 만족

7. 아이들의 행복 건강

8.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느낌 


그리고 이 중에 8번째 욕망이 가장 충족되기 힘든 욕망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즉 인간 본성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원리는 인정받고 싶은 갈망이며, 이것이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해요.


인간 본성의 가장 깊은 충동은, 중요한 사람이 되고픈 욕망이다 <존 듀이>


지금은 신-국가에 대한 업적-사회적인 성공을 지나 인류사에 처음으로 개인적인 욕구가 대중적인 현상으로 등장한 시대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개인적인 욕구는 '존재감'을 인정받는 것이다. <감정 어휘 - 유선경>


우리가 직장생활을 해나가면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가 바로 이 '인정'일 것 같아요. 고과 혹은 칭찬과 같은 인정을 통해 나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해 나간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인정을 모두가 다 받을 수 없다는 거에요. 최상위 고과와 칭찬은 소수의 잘난 무리들 차지가 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고과를 받을 수 밖에 없잖아요. 그렇게 되면서 우리의 존재감이 점점 작아지게 되면서, 어떤 사람은 무력감, 우울증을 겪게되고, 어떤 사람은 기어코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 자신을 소모시키기도 해요. 


이렇듯 인생을 살아가며 나의 존재감 확립은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사람이 되고싶다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나를 소모시키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짜 나를 만들어 진짜 나를 숨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그 끝은 비극일 수 밖에 없구요. 이렇게 무작적 추구하게되는 인간의 인정 욕구가 우리를 어떻게 망가뜨리게 되는지 도스토옙스키는 ‘분신’이라는 작품을 통해 이야기 합니다.


분신은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인 도스토옙스키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첫 작품인 ‘가난한 사람들’의 성공에 비해 이 작품은 끊임없는 혹평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한번 읽어보면 아마 감이 오실거에요. 주인공이 끊임없는 자아분열 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든요.ㅠ 이렇게 소심한 놈이 있나..하며 답답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어요.. 하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인 골랴드낀은 이후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의 대표적인 내적 토대가 되는 아주 중요한 인물이라고 하네요. 마치 이후의 작품인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의 원형이라고 할 수 도 있을까요?


‘분신’ 주인공 골랴드낀은 거대한 관료제의 맨 밑바닥을 차지하는 말단관리로 나오는데요. 낮은 직급만큼이나 골랴드낀은 늘 불안하고 소심한 성격으로 늘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광장히 많이 의식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자신의 상관의 딸 생일파티에 초대받지 못하자, 무시당했다는 피해망상에 빠져 막무가내로 파티에 찾아가는 일이 발생하고, 하인들에 의해 제지를 당하고 망신을 당하며 쫓겨나게되요. 이 사건을 정점으로 그는 더욱 더 사람들이 자신을 조롱하고 무시한다는 생각에 빠지며 유능하지만 사악한 자신을 분신을 보게 됩니다. 이 순간부터 자아분열이 시작된 것이죠. 그는 자신의 분신을 골랴드낀 2호라고 부르고, 골랴드낀 2호는 자신의 존재감을 펼치며 주변의 인정과 인기를 독차지해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분신으로 인해 진짜 나 골랴드낀은 위축되고 작아지며 존재감이 사라져 버리고 말아요. 마지막까지 진짜 자아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고 노력하긴해요. 하지만 그럴수록 망상과 분열증 증상이 심해지면서 정신병원으로 이송됩니다. 결국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한 가짜 나의 비중이 커지는 상황에서 진짜 나의 비중이 작아지며 불안감이 증폭되고, 정신분열에 이르는 상황을 골랴드낀의 분신을 통해 비유적으로 녹여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초라하고 불안한 나 VS 화려하고 완벽한 타인

주인공 골랴드낀을 보며 이렇게 소심한 인물이 있나? 라는 생각도 들지만 일상의 평범한 사람들과도 비슷해요. 계속 속으로 중얼거리고 혼잣말을 하는 골랴드낀은 평범한 우리와도 닮아있습니다. 우리들도 인정하기는 싫지만 끊임없이 떠드는 나를 비판하는 내 안의 목소리들과 늘 함께하고 있잖아요.


“골랴드낀 씨는 입을 열어 아주 고상하게 축하했고 축수했다. 축하는 잘 되었다. 하지만 축수의 순간에 우리의 주인공은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더듬거리게 되면 모든 것이 엉망이 되고 말리라 생각했는데, 그것은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 더듬더듬,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그는 얼굴만 붉혔다. 얼굴을 붉히디가도 어쩔 줄 몰라 했고,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눈을 들었다. 눈을 들어 주위를 빙 둘러보고는 그만 망연자실해졌다. 그를 에워싼 사람들은 모두 숨소리 하나 없이 조용했고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은 귀엣말을 했고,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P59


“그와 가장 가까운 곳에 키가 훤칠하니 잘생긴 한 장교가 있었는데, 그 앞에서 골랴드낀 씨는 자신이 진짜벌레 같다고 느꼈다.”-P60 


골랴드낀은 초라한 자기자신에 대한 수치심과 불안을 느끼고 항상 주눅이 들어있는 상태이며, 상대적으로 잘난 것 같은 타인, 그리고 그들과 섞이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인간은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이지만 왜 타인은 완벽해 보이는 걸까요? 우리는 언제나 자신들 보다 높은 곳에 있어 보이는 사람을 쳐다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 같아요. 사실 내가 동경하는 그 사람 또한 가짜 나를 완벽하게 만들어 내적으로 불행한 사람일 수도 있는데 말이죠.


완벽한 성공으로 화려하기만 할 것 같은 스타들 역시 많은 이들이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것을 알고 있잖아요.



"스타란 너(대중)의 취향에 나를 온전히 맞추는 사람만이 살아남는 생태계에서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생존자다. 나를 너에게 맞추는 촉이 고도로 발달한 사람만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다. 다르게 표현하면 스타가 누리는 지위와 힘은 빼어난 재능과 고도의 촉을 바탕으로 자기 소멸의 경지에 다다른 이가 누리는 화려한 보상이다. 그게 스타의 본질이다. 일시적으로 그런 삶에서 벗아날 수 있지만 스타라면  그런 삶에서 지속적으로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스타는 화려하게 시든 꽃 같다." <당신이 옳다 - 정혜신>


'화려하게 시든 꽃'이라는 말이 정말 마음에 와 닿았어요. 진짜 나가 흐려지만 사람은 반드시 병이 들게 된다고 해요. 그것이 스타들은 공황장애, 골랴드낀은 정신분열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호소하듯 말이죠.


완벽함을 바라는 사회 분위기, 그 속에서 가짜 나를 만드는 사람들, 그렇게 화려하게 시들어가는 우리들

또한 골랴드낀은 지위가 낮다는 것, 능력이 안된다는 것이 골랴드낀이 느끼는 열등감과 불안함의 일차적인 이유잖아요. 이 대목에서 우리가 살고있는 사회의 비정함도 엿볼 수 있었어요. 우리는 대부분 사람 그대로의 인격이나 가치가 아닌 성능, 부, 지위로 판단하는 사회를 살아가잖아요. 이런 사회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는 판단 기준에 들지 않게 되는거죠. 그래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열등감을 느끼며 가짜 나를 만들 수 밖에 없는 거겠죠. 

브레네 브라운은 '수치심 권하는 사회'를 보면~'이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것을 해야만 한다.' '이렇게 해야 한다.' 이처럼 수많은 기대가 겹겹이 쌓이며 우리 스스로 수치심 거미줄을 만들어간다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쏟아지는 기대를 모두 충족시킬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고,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치심 거미줄에 갇히고 마는 것이죠.



“실현할 수 없는 이상적 상태를 달성하는 데에 돈, 시간, 에너지를 쓰게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기대이며, TV 혹은 잡지속 연예인들도 실제가 아닌 포토샵, 협찬등으로 꾸며진 가짜라는 것을 알아야 함. 그들은 짜깁기한 완벽한 이미지를 홍수처럼 쏟아냅니다.” <수치심 권하는 사회-브레네 브라운>



하나가 아닌 다양한 가치의 인정이 필요

골랴드낀 역시 이렇게 겉으로 보이는 능력과 지위만이 중요시되는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결국 분열되어 버리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대부분의 우리의 모습이기도 해요. 사회적 기준에 맞는 인정받는 분신인 나를 만들어내고, 진짜 나는 쪼그라들며 불안감을 호소하며 분열해 버리고 마는 것이죠. 고유하고 존엄한 개인이 아닌 나의 복제품인 가까 자아가 탄생하고, 더 무서운 사실은 진짜 내가 없어져버린다는 것이죠. 그렇게 공허해진 영혼은 더욱 스릴과 쾌락을 찾게 되는 것일테구요. 사회적 기준, 남들 눈을 통해 나를 판단하지 않아야 상대적 박탈감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게되요. 진짜 나를 알게되면 진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행위가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결국 나를 어떤 잣대로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불완전한 나를 사랑하며, 나의 진짜 욕구가 무엇인지 알아가야만 해요. 진짜 나만의 욕구를 찾을 때, 나만의 고유성, 개성이 생기고 이를 바탕으로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게 됩니다. 그때야 비로소 있는 그대로의 나, 완벽하지 않아도 당당한 진짜 나 자신을 만날 수 있게되고 그런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할 힘이 생겨나게 될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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