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민경 Jan 08. 2023

명품, 남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허영심)

고리오 영감 - 발자크

프랑스 소설가 모파상의 '목걸이'라는 단편소설이 있습니다. 화려한 생활을 동경하는 허영심 많은 여인인 마틸드 루아젤은 가난한 하급공무원의 아내로 어느 날 장관부부가 주최하는 무도회에 가게 되었고, 그녀는 친구에게 비싼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빌려 무도회에 참석 합니다. 하지만 무도회를 잘 마치고 집으로 온 그녀는 다이아 목걸이를 잃어버린 것을 알게 됩니다. 그녀는 친구에게 목걸이를 돌려주기 위해 당시 그녀가 살던 집을 처분햐야 했고, 거기에 10년이란 세월을 일을 하며 갚아 나가요.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거리에서 목걸이를 빌려줬던 친구를 만나게 되고 이야기하다 예전에 빌려줬던 목걸이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결국 그녀는 '값싼' 모조품 때문에 '값비싼' 인생을 허비하고 만 것었죠. 그녀를 이런 나락으로 내몬 것은 무엇 이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허영심’ 입니다. 그렇다면 허영심이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로마인 이야기의 시오노 나나미는 다음과 같이 정의했는데요. 


“허영심이란 남들이 좋게 생각해주는 것을 기뻐하는 심정이다.” <로마인 이야기-시오노 나나미>



우리 주변에도 보면 소위 말하는 명품, 슈퍼카등 타인의 인정 혹은 부러움을 받기 위한 값비싼 물건을 소유하려고 하잖아요. 최근 직장에서 가까운 누군가 명품으로 치장 하고 온 날, 부럽기도 하고, 내세울 만한 명품 하나 없는 내 자신이 작아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그렇게 저녁에 남편이랑 이야기 합니다.. 


나: 남편, 누구누구는 H사 백에 스카프까지 왔더라? 나도 하나 살까? 

남편: 응?.. 그게 진짜 가지고 싶어?.. 

나: 아...그런건 아닌데..? (저는 운동 마니아라~ 솔직히 명품을 사느니 PT를 받는게 더 좋아요...ㅎㅎ)


솔직히 생각해보면 그 브랜드의 제품이 진짜 이쁘다~혹은 나에게 어울리겠다~ 라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거든요 ~ 이건 나의 진짜 욕구라기 보다는, 그저 남들이 인정하고 부러워 하니까 나도 사고 싶다? 머 이런 사고의 흐름이었던 거죠..  그렇게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그래요. 왜 부러워 해야하는 거지? 남들이 부러워하고 인정해주니까..라는 것이죠. 그러고 보면 명품만큼 허영심을 충족시키기 제격인게 없는 것 같아요. 


인간의 대표적 본성이 허영심이라면 이를 만족시켜 줄 가장 쉬운 도구는 바로 '돈' 입니다. 한강뷰의 고급 아파트, 슈퍼카, 각종 명품들만 있으면 내가 원래 어떤 사람이었던 간에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 하고 우러러보는 고급진 나로 재탄생 됩니다. 그렇게 외적인 모습으로 사람들의 인정을 받으며 나의 허영심을 채워가는 것이죠. 하지만 이 허영심은 끝이 없다는 것이 문제인데요. 남들이 부러워 하는 더 멋진 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끝없는 비교와 함께 더 좋은 집, 차, 명품이 필요한 것이죠. 결국 허영심이란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이기 때문에 절대 만족이란게 있을 수 없어요. 이번에는 사회의 부조리함과 그런 사회 안에서 작용하는 인간의 허영심에 대한 날카로운 고찰을 담은 작품 오노레 드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1834)을 살펴보겠습니다.



주인공 으젠은 법학을 공부하는 가난하고 순수한 시골출신 청년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먼 친척뻘인 보세앙 부인을 통해 사교계에 입문해 출세에 도움을 받으려 하면서 여러 부인들을 소개받아요. 그리고 그 부인들 중 한 부인을 마음에 품게 되었고, 마침 그 여인의 아버지가 자신의 하숙집에 사는 초라한 늙은이 고리오 영감인 것을 알게 되며 그 노인에게 접근하며 친해지게 되요. 두 딸을 둔 고리오 영감은 프랑스 대혁명 전에 단순한 제면 직공이었다가 1789년 폭동때 많은 돈을 벌게 되는데요. 그는 허영심 많은 두 딸이(아나스타지, 델핀) 해달라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며 돈 걱정 없이 키워냅니다. 그렇게 큰딸은 명문 백작인 레스토 가문에 그리고 작은 딸은 왕당파이며 돈 많은 은행가인 뉘싱겐 남작에게 어마어마한 지참금과 함께 시집 보냅니다. 그러다 부르봉 왕조가 복귀하면서 두 사위는 볼품없는 집안의 장사로 돈을 번 장인을 더욱 더 탐탁치 않아하게 되죠. 결국 그는 딸들 곁에 있지도 못하고 결국 변두리에 하숙을 하게된 것이었죠. 하지만 딸들은 하숙을 하는 아버지를 찾아와 매번 돈을 요구합니다. 사치와 외도를 일삼으며 그녀들은 아버지의 돈을 탕진하게 되고, 더는 줄 것이 없는 아버지에게 이젠 딸들도 찾아오지 않게되고, 고리오 영감은 하숙집에서 외롭게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인간의 속성 - 대표적인 허.영.심

인간의 가장 대표적인 중요한 욕구중 하나는 바로 자기 자신이 중요한 존재로 생각되길 바란다는 것이에요. 그것은 남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허영심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화려한 외모로 명품을 걸치고 좋을차를 타는 나는 남들의 부러움을 사고 쉽게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허영심을 쉽게 채워줄 수 있는 도구가 바로 앞에 언급했던 '돈' 이구요. 요즘은 정말 돈으로 아름다움, 권력 등 거의 안되는 것이 없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세상이잖아요. 돈이 있으면 원하는 허영심을 채울 수 있지만 끝이 없다는 것이 문제 입니다. 계속해서 나를 소모시키거나 남의 등골을 빨며, 새로운 상품으로 관심을 얻어야 해요. 고리오 영감의 딸들이 아버지의 돈이 다 떨어질 때까지~ 아니 죽은 다음에도 그녀들의 욕망은 채워지지 않았거든요..


허영심을 부추기는 사회의 부조리함

발자크는 허영이 가득한 사람들의 부조리한 세상인 19세기 프랑스 사회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는데요.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 역시 다를게 없어요. 부조리한 사회는 이러한 인간의 속성을 간파하고 돈을 위해 우리의 욕구를 더욱 부채질 하는 역할을 합니다. 경쟁을 통해 더 가지는 사람이 위너(Winner)가 되어 더 자신을 높이고 관심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구조를 만든 것이죠. 하지만 이전부터 그랬지만 우리가 사는 사회 체계는 완벽한 것이 아니잖아요? 따로 깊이 생각을 해보지 않으면 이런 사회 분위기를  그대로 따라서 살 수밖에 없게 됩니다. 결국 자기만의 주관, 즉 생각이나 철학이 없다면, 사회가 부채질 하는 만큼 무조건 높아지고 싶고 더 많이 가지고 싶어지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진짜 문제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게 무엇인지도 모르는채, 사회가 명품이라고 지정한 상품을 위해 자기 자신을 소모시킨다는 거에요.


가문의 이름이 끼어들어 막강한 힘을 얻은 이 마술 막대기는 지방 청년의 머릿속에 들어와있는 수많은 서랍을 열어주어 그가 준비했던 기지를 다시 그에게 돌려주었다.-P82


라스티냐크 씨, 세상이란 이런 거예요. 세상을 알맞게 다루세요. 당신은 출세하고 싶지요? 내가 돕겠어요. 여성들이 얼마나 깊이 타락했으며, 남자들이 얼마나 볼썽사나운 허영심에 빠져있는지 헤아리게 될 거에요. 세상이리는 책은 열심히 읽어보아도 알쏭달쏭한 페이지들이 있어요. 이제 나는 다 알고 있어요. 당신이 냉철하게 계산하면 할 수록, 당신은 앞으로 전진하는 법이지요. 사정없이 때리세요. 그러면 모두가 당신을 두려워할 거에요. 역에서마다 바꿔타고 내버리는 역마처럼 남자와 여자를 그렇게 대하세요. 그러면 당신은 욕망의 꼭대기에 도달하게 될 거에요.-P109


이곳 파리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출세하는지 알고 있나? 천재성을 떨치든지 아니면 능수능란하게 타락해야 하네. 사회 집단 속으로 대포알처럼 뚫고 들어가거나 페스트 균처럼 스며들어가야 하네. 정직이란 아무 소용이 없네. 사람들은 천재의 위력에 굴복하고, 그것을 미워하고 비방하려고 들지. 왜냐하면 천재는 분배하지 않고 독점하니까 말일세.-P148


인생이란 지금까지 얘기한 그대로야. 인생이란 부엌보다 더 아름답지 않으면서도 썩은 냄새는 더 나는 거라네. 인생의 맛있는 음식을 훔쳐 먹으려면 손을 더럽혀야 하네. 다만 손 씻을 줄만 알면 되지. 우리 세대의 모든 윤리가 다 거기에 있네.-P149


어린애한테서 재산의 반을 하룻밤에 빼앗은 신사는 어째서 두 달 동안의 징역을 받고, 위급한 경우에 천 프랑의 지폐를 훔친 불쌍한 녀석은 어째서 도형장으로 끌려가야 하는가? 이것이 바로 자네들의 법일세. 어느 법조문 하나도 부조리하지 않은 게 없네.-P157


돈이 바로 인생이야. 돈이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지. - P315



진정한 가치의 상실 - 사색하는 삶 필요

산업화 이후 우리는 물질과 돈이 우리 고유의 진정한 가치들 보다 앞서는 것을 보게 됩니다. 우정, 사랑, 우애, 용기..등 우리가 진정으로 느끼고 감동할 수 있는 인간의 진정한 가치보다 돈을 쫓는 모습에 더 익숙하잖아요. 성공을 위한 경쟁을 위해 우정을 버리기도 하고, 사랑보다 돈을 택하는 모습들 말이죠. 이 작품에서도 딸들이 아버지에 대한 사랑, 책임에는 안중에도 없고 돈만 쫓는 모습을 보여주잖아요. 우리는 언제부턴가 그런 진정한 가치들을 뒤로한 채 화려한 겉모습을 쫓으며 살게 된 거 같아요. 사회와 각종 매체 역시 이런 현상에 동조하고 있구요.. 어떤 미덕보다 돈이 우선시되는 사회가 된거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잠시 멈춰서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으면 이런 현상에 따르며 살게 되는 것이구요. 먼가 잘못된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때부터 변화가 시작되는 것이죠. 변화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국 깊이있는 생각, 사색이 필요합니다. 사색을 통해 우리의 본성을 다듬어야 하는데요. 생각보다 사색이 어렵게 다가올 거에요. 쉬운 방법으로는 고전 읽기와 같은 간접 경험을 통해 비판하고, 깊이 생각하며 나의 주관을 세워나가는 것이죠. 



오로지 성공하고 출세하기 위해 '앞'과 '위'만 바라볼 뿐, 우정과 사랑과 진리를 나누기 위하여 '옆'과 '뒤'를 보지 않는다. ~ 수행은 늘 깨어있는 삶을 사는 일이다. 깨어 있다는 것은 늘 자신을 성찰하고 생각을 높이며 끊임없이 성숙시키는 것이다. 성찰은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살피는 것이다. 사색은 사물과 일에서 참되고 깇은 의미를 찾는 일이다.  <검색의 시대, 사유의 회복 - 법인스님>



자녀교육에 대한 단상

고리오 영감의 딸들은 마지막까지 자신의 욕망을 쫓기에 바빴습니다. 결국 아버지가 임종을 맞는 순간까지도 등골을 쪽쪽 빨아먹으려고 해요. 고리오 영감의 잘못이 있다면 딸들이 허영심이라는 본능적인 욕구만을 추구했을 때 그것을 고쳐주고 바로잡아주지 않았다는 거에요. 오히려 본인이 앞장서서 채워주기 바빴죠.  그렇게 고리오 영감의 생애는 비극으로 끝이 납니다. 일방적인 자식사랑에 대한 경고와도 같이 느껴졌는데요. 우리의 자녀교육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내용이었어요. 내 자식 기 안죽인다고 혼내지 않고, 온갖 물질적 풍족함 속에서 살게 하는 것..자녀를 망치는 길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생각하는 삶을 통해 진정한 가치인 미덕을 우선시하고, 절제할 수 있도록 가르칠 수 있는 부모가 되시길 바래봅니다. 



고리오는 딸들을 천사의 대열에 올려놓았고 결국 그녀들을 자신보다 더 높게 생각했다. 불쌍한 사람! 그는 딸들이 저지르는 나쁜 짓까지도 사랑했다. -P124


나는 벌받아도 마땅하지. 바로 내가 딸들의 무질서한 행동의 원인이지. 그애들의 버릇을 망쳐 놓았어. 예전에 그 애들이 과자를 원했듯이, 지금 그 애들은 쾌락을 맛보고 싶어하네. 나는 그 애들이 어렸을 적에 하고 싶어한 것들을 모두 해주었네. 열 다섯 살 때에 그 애들은 마차까지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 애들 뜻대로 안되는 게 하나도 없었지. 내가 죄인이지. 자식 사랑 때문에 죄를 지은거야. - P373


매거진의 이전글 인간 본성 가장 깊은 욕망,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