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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맘유하맘 Sep 03. 2021

이야기가 쌓이는 곳, 집

[유하네 농담農談]13 유하네는 작은 시골마을에 삽니다

달팽이집 걱정, 벌집 걱정


유하와 세하가 집으로 걸어옵니다. 마을 공소 앞 스쿨버스가 멈추면 유하세하는 손을 잡고 집으로 걸어옵니다. 어른 발걸음으로 5분이면 되는 길을 유하세하는 느리게 느리게 걸어옵니다. 길에 핀 민들레도 한 번 보고, 제비꽃도 따 먹고, 죽은 벌레도 구경합니다. 세하의 성화에 유하언니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합니다. 이 놀이를 안 하면 세하는 오는 길 내내 엉엉 울거든요.


논에도 들어갑니다. 달팽이집을 찾기 위해서죠. 언니가 찾은 작은 달팽이집을 들고 온 세하는 묻습니다. “엄마! 달팽이는 이사를 갔어요? 집안에 없어요!!” “겨울이니까 따뜻한 곳으로 이사갔나보다” 둘러댑니다. “왜 집을 두고 갔데. 그러면 어디서 자고 어디서 먹을까?” 세하의 얼굴에 달팽이 걱정이 한 가득입니다. 어느 벌인가 지어놓고 간 벌집에도 세하 눈이 닿습니다. 비어 있는 벌집도 걱정입니다. 세하가 “엄마 저기 벌집있어요. 근데 벌이 없네. 벌도 이사를 갔나?”합니다. “이제 따뜻한 날이 오면 벌이 다시 오겠지”하니 “꿀벌이 왔으면 좋겠어요. 말벌 말고”합니다.


8평 작은 집을 짓다


귀농하던 해 유하네도 집이 걱정이었습니다. 전 재산을 털어 땅을 산 유하네는 집 지을 돈이 없었습니다. 유하파파는 비닐하우스라도 짓고 살면 된다고 했지만 유하세하랑 비닐하우스라뇨. (시골 비닐하우스 집은 겉보기와 다르게 여느 집보다 더 좋다는 건 비밀) 화장실이라도 제대로 있는 집이 필요하다는 유하엄마의 주장에 빚을 내서 집을 지었습니다. 딱 8평짜리 판넬집입니다. 판넬로 뚝딱 지으니 2주 만에 뚝딱 집이 완성되었습니다. 진짜 화장실만 있고 부엌도 없는 삼각형집이었습니다.


이사를 오던 날, 짐을 넣을 곳도 없어 밭 한쪽에 짐을 쌓아 천으로 덮어놓았습니다. 과연 이 작은 집에서 살 수 있을까 얼굴에 근심이 가득한 엄마 앞에 유하는 어디서 찾았는지 천사 날개를 달고 나타났습니다. “엄마 우리집은 천사가 사니까 천사집이야” 천사집에서 산 지 벌써 4년 차네요.


작은 집이라도 넓은 마당이 있으니 신기하게도 좁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창문만 열면 너른 밭이며 산이며 하늘이 눈에 들어오니 몸이 집 안에 있더라도 그저 자연 한 가운데 놓인듯한 기분입니다. 내 땅만 마당이 아니라 눈앞에 보이는 모든 자연이 다 유하네 마당입니다. 놀러 온 친구가 유하네 집 하늘을 보더니 “하늘이 이렇게 넓었구나”합니다. 난방비를 조금이라도 줄여야 하는 유하네에게, 밭에서 할 일이 많은 유하네에게 작은 집은 찰떡 궁합입니다.


집 때문에 미래를 계획할 수 없


유하네 집은 이사 걱정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유하네가 서울에서 살 때 집은 2년마다 해야 하는 큰 고민거리였습니다. 망원동 시장 뒤편 골목 작은 전셋집에서 살림을 시작한 유하네는 치솟는 전세값에 2년마다 또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이었습니다. 우리의 벌이와 상관없이 오르는 전셋값. 전셋집마저 월세로 바뀌고 매달 목돈을 집을 유지하기 위해 써야 하니 힘들었습니다. 시골로 온 후 좋은 점 중의 하나가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주거비가 들지 않으니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됩니다. 유하가 “엄마 예진이는 오늘 이사를 간데. 우리도 이사가?”합니다. “여기는 우리 땅이고 우리 집인데 왜 이사를 가. 평생 여기서 살건데”하니 유하가 “휴....”하고 안심을 합니다. 이사를 하는 친구들의 불안한 눈빛을 유하가 느꼈나봅니다.


원주도 시내만 나가면 아파트가 즐비합니다. 학부모들이 모이면 집 얘기를 하곤 합니다. 전세가 어쩌니, 월세가 어쩌니. 집 걱정은 매한가지입니다. 그래도 지방은 서울과 비교할 수 없이 싼 값에 집을 구할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안달복달하지 말고 지방으로, 시골로 내려오면 집 걱정 하나는 덜 수 있는데. 그럼 생활비도 덜 들고 얼마나 좋아. 그럼 좀 덜 벌어도 되고 애들이랑 시간도 보낼 수 있고 참 좋을 텐데 말이지” 유하엄마가 시골집 예찬론을 시작합니다. “요즘 서울에서는 살만하면 월세가 100만 원 한데. 취직도 힘든데 취직해도 월세에 100만 원 씩 쓰니 누가 미래를 계획할 수 있겠어. 다들 시골로 내려와야 해” 유하파파가 덧붙입니다.


비싼 집에 살아야 비싼 사람이 되는 세상


“요즘 애들은 새학기에 친구들을 만나면 어느 상표 아파트에 사는지, 몇 평에 사는지 확인한데” 도시에 사는 친구가 들려준 얘기입니다. 언제부턴가 집이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어버렸습니다. 비싼 집은 좋은 집이고, 비싼 집에 살아야 사귀고 싶은 멋진 사람이 되어버린 겁니다. 다 어른들이 만든 기준입니다. 뉴스에서는 재개발이 어쩌니, 용적률이 어쩌니, 강남 아파트 가격이 10억 올랐다느니 합니다. 서울시장에 나선 사람들도 경쟁하듯이 자기를 뽑아야 빨리 개발이 된다며 사람들의 마음을 들썩입니다.


작은 땅에 많은 집을 지으려니 네모지고 똑같은 모양의 아파트는 점점 높아지고, 서울에 더 지을 곳이 없으니 서울 인근 지역은 아파트를 짓기 위한 마구잡이 개발이 이어집니다. 마구잡이 개발에 그 곳에서 농사를 짓던 사람들은 농사를 포기하고 보상금을 받아 떠납니다. 논밭은 갈아엎어지고 아파트가 들어섭니다. 가끔 서울을 가는 길이면 어느새 우뚝 솟아있는 아파트를 보며 깜짝 놀랍니다. “저러다 지진이라도 나면 다 무너질 것 같아” 유하네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쳐다봅니다. 수십만 채의 아파트가 지어지지만 제 집을 가졌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친구들은 여전히 전셋집을 찾아 헤맵니다.


이야기가 있는 곳, 집


당근 씨를 뿌리고 있던 유하엄마와 아빠를 아저씨가 부릅니다. “막걸리 한 잔 하고 해”하십니다. 아저씨 집 앞 앉아 막걸리를 마십니다. 더덕향이 나는 참 맛있는 막걸리였습니다. “처음에 이 집에 혼자 왔지” 아저씨가 입을 엽니다. “아들이 내려오니 부모님이 따라 내려오셔서 함께 살았어. 그래서 저기 옆에 집을 조금 늘렸지” 아저씨의 이야기가 묻어있는 빨간 벽돌 집입니다. “이 집에 사니 유하네도 만나고 참 신기하고 재밌어”하십니다. “저희도 이 집에 아저씨가 계셔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막걸리 한 잔에 여러 가지 고백이 이어집니다.


유하세하가 학교 갔다가 돌아오면 엄마아빠가 웃으며 기다리는 곳. 유하세하가 자라고, 유하세하의 이야기가 담기는 곳. 식구들이 모여 앉아 밥을 나눠 먹고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곳. 언제든 돌아와 쉴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바로 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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