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스마트폰 시대, 우리 몸에 스며드는 앰비언트 AI의 역습
그동안 AI 서비스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화면 속 텍스트 상자에 갇혀 있었다. 최근 음성 인식 기술이 정교해지며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말을 통한 입력은 손의 자유를 보장하며 즉각적인 반응을 끌어낸다. 일상 속 활용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진 배경이다.
메타는 레이밴과 협업한 AI 안경을 통해 음성 기반 인터페이스를 선점했다. 별도의 조작 없이 호출어만으로 촬영과 검색, 길 안내를 처리한다. 2026년 연간 생산 목표를 2천만 대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정도로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도 주변 정보를 즉시 얻는 경험은 이미 일상으로 파고들고 있다.
한때 단종되었던 구글 글라스는 제미나이 AI를 탑재해 재탄생을 준비 중이다. 안경 형태의 기기는 사용자의 시선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필요한 정보를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차세대 AI 단말기의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이유다.
2010년대 초반 등장했던 아마존 알렉사와 애플 시리도 생성형 AI를 만나 재도약하고 있다. 아마존은 출시 12년 만에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단행한 '알렉사 플러스'를 공개했다. 애플 역시 맥락을 이해하고 복합적인 요청을 처리하는 방향으로 시리를 진화시키고 있다. 단순 명령 수행을 넘어 인간의 의도를 읽는 동반자로 거듭나는 과정이다.
음성 인터페이스 확산은 개인 정보 노출과 소음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남겼다. 공공장소에서 AI와 대화하는 행위는 사생활 유출 우려를 낳는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독특한 기기들이 등장하고 있다.
일본의 도넛 로보틱스는 음성을 증폭하고 다국어로 번역하는 마스크 형태의 기기를 개발했다. 번테크놀로지스는 방음 기능을 강화한 스마트 마스크 ‘웨어폰’을 통해 공공장소에서의 정보 유출 우려를 낮췄다. 입 모양이나 대화 내용이 외부로 노출되지 않도록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미국의 스타트업 얼터에고는 한 단계 더 나아간 기술을 선보였다. 머리에 착용하는 장비가 신경과 근육 신호를 감지해 소리 내지 않아도 사용자의 의도를 인식한다. 머릿속으로 떠올린 생각만으로 AI와 소통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말하기 어려운 환경이나 질환을 가진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AI 기기는 점차 눈에 보이는 화면에서 벗어나고 있다. 스마트폰 이후의 기기는 손에 쥐는 물건이 아니라 몸에 착용하거나 생활 공간에 녹아드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오픈AI가 준비 중인 하드웨어 역시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AI를 사용하는 행위가 눈에 띄지 않게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순간 기술의 영향력은 극대화된다. 키보드와 화면을 매개로 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자연스러운 대화와 즉각적인 반응이 일상이 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스마트폰 이후를 장악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은 이미 음성과 하드웨어의 결합으로 옮겨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