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집은 검색이 아니라 '대화'로 찾는다

부동산 정보의 홍수 속, 단순 검색에서 맞춤형 큐레이션으로의 대전환

by 상식살이

“서울 소재 10억 원 이하, 방 두 개 이상, 광화문까지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 이내인 아파트를 찾아줘.”

과거라면 공인중개소 여러 곳을 방문하거나 포털 사이트에서 수십 개의 필터를 설정해야 했을 조건이다. 최근 부동산 플랫폼들은 자연어를 이해하는 인공지능을 접목해 사용자가 말하듯 조건을 설명하면 최적의 매물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직접 현장을 방문하는 '임장'과 온라인 검색 사이에 대화로 매물을 압축하는 새로운 탐색 방식이 등장한 셈이다.


대화로 풀어가는 매물 탐색의 기술


KB부동산의 ‘집찾는 AI’는 사용자가 입력한 문장을 해석해 수 초 내에 적합한 매물을 표 형태로 정리해 보여준다. 가격, 면적, 층수 등 핵심 정보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어 초기 탐색 단계의 번거로움을 덜어준다. ‘AI 브리핑’ 기능은 단지 입지와 내부 조건을 공인중개사의 설명처럼 요약해 제공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일일이 클릭해 읽지 않아도 매물의 전체적인 윤곽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네이버페이 부동산의 ‘AI 집찾기’는 초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층 진화한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 “신혼부부가 살 만한 관악구 아파트” 같은 추상적인 요청도 이해한다. 앞선 대화 맥락을 기억하기에 “역에서 더 가까운 곳으로 다시 보여줘”와 같은 추가 요청에도 능숙하게 대응한다. 실제 상담사와 대화하며 조건을 좁혀가는 경험과 유사하다.


정보의 양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선별'


부동산 시장에서 플랫폼의 경쟁력은 오랫동안 ‘매물의 양’에 있었다. 정보가 과잉된 현재는 수많은 선택지 중 이용자의 의도에 부합하는 집을 얼마나 정확히 골라내느냐가 핵심이다. 인공지능은 단순 검색 기능을 넘어 사용자의 선택 피로도를 낮춰주는 조력자 역할을 수행한다.


해외 프롭테크 기업들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이용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한다. 학군, 치안, 교통 정보를 종합해 생활 만족도를 예측하고 최적의 주거 지역을 제안하는 단계까지 진입했다. 집의 물리적 조건을 넘어 삶의 패턴에 맞는 환경을 매칭하려는 시도다.


인공지능 비서와 인간의 판단이 만나는 지점


인공지능의 해석이 완벽한 단계는 아니다. 지역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거나 추천 매물의 수가 제한적인 경우도 발생한다. 수치화된 정보 위주로 학습하기에 채광, 소음, 실제 동네 분위기처럼 데이터로 환산하기 어려운 감성적 요소까지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부동산 계약은 여전히 현장 확인과 개인의 주관적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 인공지능이 수만 개의 선택지를 단 몇 개의 후보군으로 압축해 준다면 주거 탐색의 피로도는 획기적으로 낮아진다. 부동산 정보 탐색의 주도권이 검색에서 대화로 옮겨가는 변화의 초입에 서 있다. 집을 찾는 방법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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