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보다 태도가 본질이었던 고대 로마의 사생활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약속하는 장면을 상상하면 보통 화려한 예식장이나 공공기관에 제출하는 서류 뭉치가 떠오르곤 합니다. 하지만 고대 로마인들의 결혼 풍경은 놀라울 만큼 단순하고 사적입니다. 국가나 종교의 허락을 받을 필요도 없었고 시장이나 사제 앞에 서서 엄숙한 언약을 할 의무도 없었습니다. 그들에게 결혼은 그저 두 사람이 함께 살기로 마음먹은 개인적인 선택이었습니다.
로마인들의 일상에서 결혼 계약서라는 종이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오직 신부가 지참금을 가져올 때 그 액수를 기록한 명세서만이 유일한 문서 증거였습니다.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정식 결혼이라기보다 가벼운 약혼이나 동거처럼 보일 법한 이 관계는 오로지 당사자들의 의사에 기반을 두었습니다.
증명할 길 없는 이 느슨한 관계는 상속 문제가 불거질 때면 재판장의 골머리를 썩게 했습니다. 서류가 없으니 판사는 마치 탐정처럼 주변을 탐색해야 했습니다. 남자가 여자를 평소에 아내라고 불렀는지, 지참금이 오갔는지, 혹은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는 소박한 잔치에 참석한 하객이 있는지를 살폈습니다. 이런 사소한 생활의 흔적들이 모여 법적인 부부 관계를 입증하는 유일한 열쇠가 되었습니다.
결혼이 이토록 개인적이었던 만큼 헤어짐 또한 거침없었습니다. 로마의 이혼은 남편과 아내 모두에게 공평하고 자유로웠습니다. 어느 한쪽이 이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면 그저 미련 없이 집을 떠나는 것으로 모든 절차는 끝이 남았습니다. 상대에게 미리 알릴 필요조차 없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니 아내가 짐을 싸서 나간 뒤였다는 황당한 이야기들이 전해집니다. 법률가들은 이것이 단순한 부부싸움인지 아니면 진짜 이별인지 가려내는 데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서류와 절차가 없던 시대의 결혼 생활은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관계의 민낯을 보여줍니다. 우리는 흔히 혼인신고라는 법적 장치가 관계를 지켜줄 것이라 믿지만 로마인들에게 관계의 실체는 매일 서로를 어떻게 부르고 대접하는가에 달려 있었습니다.
법적인 도장보다 중요한 것은 곁에 있는 사람을 아내 혹은 남편으로 대우하겠다는 변함없는 태도였습니다. 형식이 본질을 대신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은 수천 년 전 로마의 거리나 지금의 우리 삶이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예식보다 매 순간 상대를 존중하며 곁을 지키는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결속의 증거가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