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함보다 실질적인 욕망을 선택했던 천년 제국의 경영학
로마 귀족들에게 '국가'나 '공무'라는 개념은 낯선 것이었다. 그들은 제국의 권세를 예민하게 감각하면서도 공적 업무와 개인의 체면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았다. 공공 재정과 개인의 재산 역시 한 덩어리로 취급되기 일쑤였다. 로마의 위대함은 원로원을 비롯한 지배 계급의 집단적 재산이었으며, 제국을 구성하는 수많은 도시는 지방 명사들의 사적인 영향력 아래 놓여 있었다.
현대인의 시각으로 보면 로마는 부패의 온상이다. 직권을 이용해 사익을 챙기는 행위를 국가에 대한 배신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로마가 근대 국가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근대 국가만이 유일하고 효율적인 통치 기구는 아니다. 마피아 조직이 나름의 규칙으로 기능하듯 로마 또한 독자적인 원리로 수백 년을 버텨냈다. 청렴한 공무원은 현대 서양 국가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특이한 존재에 가깝다. 로마를 비롯한 고대 제국들은 모든 것이 뇌물에 따라 움직였음에도 효율적인 통치 능력을 입증해 보였다.
로마 군대는 정예 조직이었으나 내부 관습은 기묘했다. 병사들은 장교에게 돈을 바치고 복무를 면제받았다. 전체 병력의 4분의 1에 달하는 인원이 장교에게 정기적으로 상납하는 조건으로 병영 안에서 푹 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공직 사회는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돈을 받고 관직을 파는 거대한 거래소였다. 관직 보유자는 자신이 낸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시민을 등쳐먹는 공갈 체제의 일원이 되었다.
관직은 뇌물 형태의 수입을 보장하는 일종의 연금이었다. 보잘것없는 하위직조차 후계자에게 돈을 받고 팔았으며 신참은 윗사람에게 상당한 사례금을 상납했다. 제국 말기에는 황제가 임명한 고위 관리조차 황실 금고에 돈을 내야 했다. 모든 관직 임명은 줄이 닿은 보호자들의 추천으로 이루어졌고 이 추천장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었다. 추천자와 피보호자 사이의 거래를 알선하는 전문 중개인까지 활동했다. 약속이 어긋나면 법원으로 달려가 소송을 제기할 만큼 이 뇌물 거래는 공공연한 계약이었다.
로마의 사례는 시스템의 투명성이 조직의 생존을 결정하는 절대적 기준이 아님을 보여준다. 부패와 뇌물로 점철된 체제가 수백 년간 세계 제국을 유지한 비결은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을 다루는 방식에 있었다. 로마는 사적 이익을 시스템 밖으로 밀어내는 대신 체제 안으로 깊숙이 끌어들였다. 지배층의 사리사욕을 제국 유지의 동력으로 치환한 셈이다.
오늘날 우리는 투명하고 깨끗한 절차를 지향한다. 때로는 정교한 법과 규칙이 현실의 역동성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로마의 통치술은 조직의 진정한 힘이 겉으로 보이는 청렴함보다 구성원들의 실질적인 이해관계를 얼마나 단단하게 묶어내느냐에 달려 있음을 시사한다. 완벽한 도덕성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욕망을 인정하고 그것을 질서 안에서 작동하게 만드는 유연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