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시가 윤리가 되고 차별이 당연했던 제국의 초상
고대 로마에서 이상적인 인간은 명확한 조건을 갖추어야 했다. 자유로운 신분으로 태어나 조상의 재산을 물려받은 부유한 자여야 했으며, 수준 높은 교육과 교양을 갖춘 사업가인 동시에 여가를 즐길 줄 알아야 했다. 정치적 명예직을 거쳤다는 사실은 그들의 삶에서 가장 큰 자부심의 원천이었다. 이러한 로마인의 정체성은 그들이 남긴 무덤 장식 예술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로마의 석공들은 주문자의 요청에 따라 죽은 이의 삶을 돌 위에 재현했다. 무덤 속 장부를 꼼꼼히 살피는 모습이나 소작인들에게 공손한 인사를 받는 장면은 고인이 생전에 막대한 부를 소유했음을 증명한다. 새로 발명된 기계 낫으로 밀을 수확하거나 번듯한 가게를 지키는 모습 역시 성공한 경제인의 징표였다. 여성의 무덤은 사치스러운 생활에 집중했다. 안락의자에 깊숙이 몸을 파묻은 채 몸종이 들고 있는 거울을 보며 화장을 하거나 보석 상자에서 장신구를 고르는 모습은 부유했던 일상을 과시하는 수단이었다.
직설적인 부의 과시 외에 정신적인 가치를 강조하는 경우도 있었다. 여성은 향을 피우며 신들에게 경건한 믿음을 바치는 모습으로, 남자는 안락의자에 앉아 독서에 열중하는 모습으로 묘사되곤 했다. 이는 부유함이라는 토대 위에 쌓아 올린 종교적 헌신과 지적 교양을 상징한다. 로마인들이 남긴 예술 어디에도 창의력이나 유쾌함, 우아함 같은 단어는 강조되지 않았다. 그들이 진정으로 드러내고자 했던 것은 오직 확고한 사회적 위치였다.
로마는 철저하게 불평등을 기반으로 유지된 사회였다. 사람들은 일상에서 개인 간의 차이를 끊임없이 확인하며 살아야 했다. 하층민을 노골적으로 모욕하는 행위는 지배 계급의 당연한 권리로 여겨졌고, 유력자들은 수많은 수행원을 거느리고 나서며 자신의 위세를 과시했다. 영향력 아래에 있는 마을에 들어설 때 열리는 대규모 공식 행사는 그들의 권력을 시각화하는 도구였다. 하층민들 또한 유력자의 위세 과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지체가 높은 어른에게 공손히 대하는 것을 당연한 도리로 여겼던 당시의 윤리관은 신분 차이를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장치 역할을 했다.
계급이 사라진 현대 사회에서 로마의 노골적인 신분 의식은 낯설게 다가온다. 로마인들이 무덤에 자신의 부와 지위를 새겼다면, 현대인들은 소셜 미디어라는 가상의 무덤에 자신의 일상을 박제한다. 고급스러운 취미, 유명인과의 인맥, 소비하는 브랜드로 자신의 '급'을 증명하려 애쓰는 모습은 로마의 무덤 장식과 묘하게 닮아 있다.
형식적인 신분은 사라졌으나 우리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서열 속에서 타인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산다. 로마인들이 신분 차이를 윤리라는 이름으로 견뎌냈듯, 현대인들 또한 자본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질서를 당연하게 수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진정한 인간의 가치가 겉으로 드러나는 지위나 소유한 재산의 목록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로마의 무덤이 보여주는 것은 화려한 과거의 기록일 뿐, 그 안에 담긴 인간의 본질적인 고독까지 가려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