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냄새 나는 택시, 거부할 권리는 없는가

3차 흡연의 과학과 비흡연 차량 선택권이 필요한 이유

by 상식살이

밤늦은 귀갓길이나 비 내리는 오후, 택시는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한 이동 수단이다. 차 문을 여는 찰나 코끝을 찌르는 퀴퀴한 담배 냄새는 편리함을 단숨에 불쾌감으로 바꾼다. 단순히 냄새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3차 흡연'이라 불리는 보이지 않는 위협이다.


사라지지 않는 유령, 3차 흡연의 실체


간접흡연이 흡연자가 내뿜는 연기를 직접 마시는 것이라면, 3차 흡연은 담배 연기 속 니코틴과 화학물질이 실내 환경에 달라붙어 있다가 다시 인체로 들어오는 현상을 뜻한다. 차량 내부 시트, 천장, 대시보드, 창문은 유해물질이 흡착되기 가장 좋은 장소다.


의학계의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다. 흡연자가 이용하던 차량을 금연 차량으로 바꾼 뒤 1년이 지나도 시트의 니코틴 농도는 비흡연 차량보다 수십 배 높게 측정되기도 한다. 세차를 하거나 방향제를 뿌려 냄새를 가릴 수는 있어도, 이미 소재 깊숙이 박힌 유해물질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다. 좁고 폐쇄적인 택시 안에서 이 물질들은 서서히 공기 중으로 다시 방출되며 승객의 호흡기를 위협한다.


급증하는 적발 사례와 단속의 한계


현행법상 택시 운수 종사자의 차량 내 흡연은 승객 탑승 여부와 관계없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현실은 법률을 비웃듯 거꾸로 가고 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400여 건이었던 택시 내 흡연 과태료 부과 건수는 2025년 기준 600여 건으로 3년 사이 50%나 급증했다.


단속은 쉽지 않다. 블랙박스 영상이나 사진 같은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승객이 타기 직전에 피우고 환기를 시키면 입증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택시 운전자의 약 40%가 현재 흡연자라는 통계는 차량 내 환경이 흡연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시사한다.


해외는 이미 '스모크 프리(Smoke-Free)' 경쟁 중


미국을 비롯한 해외 국가들은 플랫폼 기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우버(Uber)나 리프트(Lyft)는 차량 내 흡연에 대해 매우 엄격하다. 승객이 담배 냄새를 신고하면 기사에게 강력한 페널티를 부여하고, 상습적일 경우 계정을 영구 정지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비흡연 차량 인증제'를 운영해 승객이 앱에서 미리 안심하고 차량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국내에서도 변화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대구의 공공형 호출 서비스인 '대구로 택시' 게시판에는 비흡연 차량 선택 기능을 도입해달라는 시민들의 제안이 잇따른다. 기사의 프로필에 흡연 여부를 공개해 승객의 선택권을 보장하자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공공 서비스로서의 택시, 환경이 곧 품질이다


택시는 개인의 영업 장소인 동시에 수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공공 교통수단이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담배 냄새를 맡기 힘든 것처럼, 택시 역시 동일한 수준의 내부 환경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냄새와 청결 상태는 단순한 개인 취향의 영역을 넘어 서비스의 신뢰도와 직결된다.


3차 흡연은 영유아나 호흡기 질환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술적인 호출 기능 보완과 더불어 정기적인 차량 내부 정밀 세정 지원 등 정책적인 완충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택시 문을 열 때 느껴지는 상쾌함이 당연한 권리가 되는 시대가 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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