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암살을 상품화한 예측 시장, 기술 혁신과 윤리의 위험한 경계선
중동의 화약고에 다시 불이 붙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전장 이면에서 낯선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누군가는 미사일이 떨어지는 시점을 계산하고 다른 누군가는 특정 인물의 암살 가능성에 거액을 건다. 비극을 관전하는 수준을 넘어 전황 자체를 투자 대상으로 삼는 ‘죽음의 베팅’이 온라인 예측 시장을 통해 현실화되었다.
전쟁 보도는 정보의 정확성이 생명이다. 최근 예측 시장 플랫폼인 폴리마켓(Polymarket)의 성장은 이 대원칙을 흔들고 있다. 특정 미사일 공격의 성격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베팅 결과가 뒤바뀌는 상황이 발생했다. 현장 기자들은 기사 내용을 수정하라는 이용자들의 압박에 시달린다. 금전적 이해관계가 보도의 객관성을 침해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사실 여부보다 자신의 판돈이 걸린 결과가 우선인 이들에게 진실은 부차적인 요소에 불과하다.
단순한 예측을 넘어 내부 정보 유출 정황도 포착된다. 군사 작전이 수행되기 직전 관련 사건에 대규모 자금이 몰리는 현상은 우연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정보를 미리 선점한 이들이 익명성 뒤에 숨어 막대한 수익을 챙기는 구조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기밀 유출 유인을 키운다. 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 구조는 규제 당국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가며 통제 불능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과거 2000년대 초반 미국 국방부는 테러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정책 분석 시장’을 추진했다가 거센 비난을 받았다. 암살과 테러를 거래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이 반인륜적이라는 지적 때문이었다. 기술의 발전은 과거 중단되었던 이 위험한 시도를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인공지능과 데이터 분석 기술은 미래를 맞히는 도구를 넘어 현실을 조작하려는 행동으로 이어질 위험을 내포한다.
금융 시장에는 오래전부터 자연재해나 기업 파산을 기반으로 한 사건 기반 투자 상품이 존재해 왔다. 전쟁과 인명 피해까지 이 범주에 포함하는 순간 윤리적 둑은 무너진다. 사람의 생명이 숫자로 환산되고 타인의 죽음이 누군가의 자산 증식 수단이 되는 현상은 문명 사회가 지켜온 가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미국 의회는 암살이나 사망과 관련된 사건을 거래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규제 기관의 권한을 확대해 반인륜적 계약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지다. 기술 혁신이 만들어낸 편리함이 인간 존엄성을 훼손하는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가 절실한 시점이다.
전쟁은 숫자 너머에 실재하는 고통이다. 디지털 기술이 제공하는 익명의 그늘 아래서 우리는 타인의 비극에 무감각해지고 있지는 않은지 되물어야 한다. 예측 시장이 투명한 정보 공유의 장이 될 것인지, 혹은 비극을 연료 삼아 돌아가는 거대한 도박판이 될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