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건우 Dec 29. 2023

마케터의 행운

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마케팅을 오래 하다 보면 마케터의 실력과 상관없이 엄청난 행운을 만나는 경우가 정말 드물게 있습니다. 제가 마케팅을 하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그다지 특별하지도 않고, 마케팅도 평범했음에도 불구하고 간혹 엄청난 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도대체 왜 마케팅이 성공을 했을까?" 라는 질문에 담당 마케터인 제가 분석이 너무 어려워서 도저히 답변을 할 수 없는 경우였습니다. 그럴 때는 그저 "운이 좋았다" 고 답변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번에 "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을 받았을 때도 도저히 설명이나 분석을 하기가 어렵다는 걸 알았습니다. 글을 엄청나게 잘 쓴 것도 아니었고, 주제가 매우 특별한 것도 아니었고, 구독자나 조회 수가 아주 높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번에 참여한 8,800개의 브런치북 중에서 제 글보다 더 좋은 글이 너무나 많았지만, "그저 운이 좋았다고, 우연히 시기가 맞았다고, 정말 커다란 행운이었다" 라고 말하는 것 외는 솔직히 더 이상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다만 초심자의 행운 뒤에는 언제나 더 어려운 시험이 남았다는걸, 여러번의 마케팅 실패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브런치에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한 건 4년 전이었습니다. 글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던 제가 정말 우연찮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마케터이면서 직장인으로 오랜 기간 일을 하다 보니 마케팅 업무가 조금씩 지루해지던 시기였습니다. 처음으로 제가 좋아하는 온라인 마케팅에 관한 내용으로 글을 쓰면서 정말 재미가 있었습니다. 글도 부족하고 내용도 엉망이지만 전혀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저 글쓰기가 재미있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일부러 익명으로 그리고 과거 이력이나 현재 근무 중인 회사는 저자 소개에 적지 않았습니다. 다른 분들의 글을 보면서 그분들의 과거 이력이나 현재 회사 또는 수상내역이나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글에 선입견을 가지는 저 스스로를 보면서 반성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꼭 익명으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필명이 "작은 스타트업 마케팅 팀장 K" 였습니다. 마침 몇 년간 여러 작은 스타트업에서 마케팅 팀장을 하고 있었고, 부족한 제 글을 많이 보지도 않을 테니 외우기 힘들거나 길어도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초반에 "초심자의 행운" 을 만나서 너무 큰 반응이 있었습니다. 갑자기 구독자나 조회 수가 크게 늘어나고, 여기저기 제 글이 노출이 되었습니다. 익명으로 쓰는 글인데도 너무 큰 반응이 있다 보니 제가 너무 놀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 행운의 시간은 길지 않았고 점점 올리는 글에 반응이 적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구독자도 늘어나지 않고, 조회 수도 적어지다 보니 글을 안 쓰게 되었습니다.


글쓰기가 점점 재미가 없어지던 시기에 우연찮게 브런치에서 너무 좋은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글쓰기를 하는 이유가 조회 수를 늘리기 위해서, 책을 내기 위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차라리 다른 걸 하는 게 더 이익입니다. 글을 쓰는 근본적인 이유를 다시 생각하라" 는 글이었습니다. 그 글을 보면서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잠시 운이 좋아서 부족한 글에 반응이 있었다고, 저도 모르게 처음에 글을 쓰던 마음을 잊어버렸습니다. 그저 제가 좋아하는 온라인 마케팅에 관한 글을 적고, 그러면서 저 스스로 조금씩 성장하는 부분에 만족을 하였는데, 어느새 이상한 욕심이 생겨났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 제 스스로 원칙을 정했습니다.


정기적으로 꾸준히 글을 쓴다.
구독자나 조회 수에 신경 쓰지 않는다.
인기가 있을만한 글이 아니라 그냥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쓴다.
단 1명이라도 도움이 되는 글,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글을 쓴다.


비록 이 원칙을 전부 지키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글쓰기가 조금씩 익숙해졌습니다. 그리고 글을 노출 후 반응이 적어도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저 단 1명이 읽어주고 그분한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몇 년간 글을 쓰다 보니 제 스스로 다시금 처음에 글을 쓰던 마음과 재미를 찾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큰 행운이 갑자기 온 걸까? 생각을 해보니 그저 몇 년간 꾸준히 글을 쓴 것 외는 다른 원인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결국 "행운이라는 건 꾸준함이 있어야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다만 실력이 없다면 그저 초심자의 행운으로 끝나버리기 때문에 너무 기뻐할 필요도 없고, 그저 다시 처음 글을 쓰던 마음으로 돌아가서 실력을 키우는 것 외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마케터로서 실력에 비해 커다란 행운을 여러 번 만나봤지만 그 행운이 끝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상품이나 서비스가 별로인 회사인데 갑자기 큰 매출이 나오고, 제가 진행하는 마케팅이 부족한데도 너무 큰 반응이 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좋은 성공을 제 실력이라고 착각을 하였고 결국 마지막은 언제나 실패" 로 끝나버렸습니다. 결국 우연찮게 온 행운을 끝까지 잡기 위해서는 냉정하게 자신의 부족한 실력을 판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하는 것 외는 행운을 유지할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