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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 Jan 05. 2024

벼랑 끝에 놓인 50대 유흥업소 여성들

50대 중후반 여성인 그녀를 기억한다. 세 겹으로 접혀 툭 튀어나온 뱃살이 드러나는 검정색 홀복을 입은 그녀는 한 눈에 봐도 평범한 ‘아주머니‘ 였다. 그녀는 8시간 동안 대기실에 대기하고도 한 방 밖에 들어가지 못해서 TC로 2만 2천원을 벌어갔다. (읍 단위의 동네라 기본 TC 자체가 적다) 일한 시간 대비 벌이는 최저시급으로 계산한 페이의 반의 반도 못 미쳤다. 불경기 때는 한 푼도 벌어가지 못했다. 이른바 ‘안 팔리는‘ 50대 여성들이 업소에서 일할 수 있는 건, 사장이 착해서가 아니다. 사장이 고용을 무제한적으로 늘리면서도, 그들의 ‘무벌이’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녀는 30대 중반 남성의 가학적인 조롱과 손길에도 웃었다. 그 젊은 남성은 ‘이 돈 주고도‘ 20대 아가씨들이 없어 강제로 나이든 그녀를 앉히게 된 현실을 못견뎌했고, 자괴감을 온 몸으로 드러내면서 그녀에게 폭력적으로 대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나이든 자신과 놀아주는 것에 감사해했고, 단 돈 ‘5만원‘만 줘도 2차를 나가겠다고 했다.


이들은 2차가 필수고, 업소 밖에서 일할 수 밖에 없다. 어느날 사장은 새벽에 속도위반을 해가면서 수십키로를 달려 타지, 게다가 매우 외진 시골에 있는 모텔에 그녀를 내려줬다. 그 속도에 무서울 지경이었다. 70대 손님이 대기하고 있다고 사장은 말했다. 사장은 1시간 후에 그녀를 데리러갔다. 모텔에서 나온, 거친 노동 끝에 화장기가 지워진 그녀의 표정을 짧게 살폈다. 오래 바라 보지 않았고, 어떤 말도 건네지 않았다. 그녀가 비참하지 않게, 자존을 지킬 수 있게 무신경해야 했다. 그 날 그녀의 처음이자 마지막 벌이었다.


20대는 오늘 못 벌어도 내일 출근하면 돈을 벌 수 있고 2차를 나가지 않아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다. 그리고 언젠가 회사에 취업을 하든 가게를 차리든 해서 이 곳을 나간다. 하지만 2차를 나가지 않으면 돈 벌이가 안 되는, 그 기회 조차도 많지 않은, 남편 없이 혼자 생계를 이어가는, 다른 곳 취업하기도 마땅치 않은, 50대 여성의 삶은 벼랑 끝에 서있다.  나이가 들면 그 곳에서의 생존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가끔 길에서 검정색 스타렉스에서 내리는 4~50대 여성들을 볼 때 마다 그녀가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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