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순간, 글을 쓰는 이유

숨결이 바람 될 때

by 연패맨


숨결이 바람 될 때
image.png 루시, 폴, 그의 딸 케이티/ 사진 출처 : 경향신문

[숨결이 바람 될 때]의 저자 폴 칼라니티는 (가장 길고 혹독하다는) 신경외과 레지던트 생활을 거의 끝 마치고 앞으로 신경외과의이자 과학자로서 창창한 미래가 펼쳐질 일만 남은 촉망받는 의사였다. 그도 그럴 것이 실력이나 경험에 있어서 인정받는 그였기에 이름난 병원들에서 좋은 조건의 오퍼가 기다리고 있었고 그렇기에 의사 동료이자 아내인 루시와의 핑크빛 결혼생활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레지던트 생활을 1년 남겨 놓은 6년 차, 그는 폐암 진단을 선고받았다. 놀랍게도 그는 얼마 안 남은 생을 즐기거나 편하게 지내지 않고 괴로운 투병생활을 이어가며 7년의 레지던트 생활을 끝마쳤고 루시와 아이를 낳았으며 이 책을 집필했다.

그가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 그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아내 루시는 폴이 죽음 앞에 용감했다고 말했다. 그가 쓴 글에도 나오지만, 그는 퀴블러 로스의 죽음의 5단계(부정-분노-우울-타협-수용)를 거치다가도, 이것을 다시 거꾸로 (수용-타협-우울-분노-부정) 느꼈을 만큼 굉장히 고통스럽고 좌절했다. 그럼에도 그가 용감했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그가 죽음 앞에 패닉 하거나 삶을 내려놓지 않고, 오히려 의사인 자신의 본분을 계속해서 이어갔으며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남겨진 아내 루시의 삶 또한 걱정하고 대비했으며 몸이 멈추는 순간까지 글을 써 내려갔고 마지막 순간 스스로 안락치료를 선택하며 소생 치료 거부 의사를 확실히 밝히고 바이팝(기도이중양압호흡기)을 땐 채 생을 마무리하였기 때문이다.


[숨결이 바람 될 때]는 환자의 생사와 직결된 삶을 살아가던 의사가 되려 자신의 죽음을 마주하고 그 죽음에 닿기까지의 경험과 순간에 대해 기록한 글이며, 더욱이 직업적 요소를 떠나 저자의 뛰어난 문학적 소양과 필력으로 인해 기록적 가치가 상당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남기고 자하는 메시지는 책을 읽는 사람의 경험, 생각, 가치에 따라 다양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우리가 언제 죽을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사실과 동시에 그런 상황이 닥치더라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원래의 삶을 살아갈 것을 종용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결국 우리는 죽음이 언제인지 알 수는 없지만, 죽음이 다가왔을 때 그 끝에 대한 마무리를 인간적인 차원에서 결정할 수 있고 또 결정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뇌사상태의 경우는 제외). 그렇기에 우리는 평소 마음과 정신을 닦는 수행을 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얼마나 작고 크게 우리에게 닥칠지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이유
image.png 사진 출처 : 구글

인간의 성욕, 번식욕, 더 나아가서 자식을 낳고 가정을 만들고 싶은 욕구는 나의 세포를 남기어 끊임없이 이어가고 싶은, 생명체로써 지극히 당연한 본능이다. 나이가 들면 말이 많아지는 이유 역시 후세들에게 자신의 어떤 것(지식)을 남기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즉, 인간은 누구나 관심을 원하고 세상으로부터 잊히고 싶어 하지 않는다. 글을 쓰며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남기는 행위 역시 이와 다를 바 없는 본능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나를 드러내고 싶다는 욕망이며, 그중에서도 나의 내면을 드러내는 행위이다.

폐암 말기의 젊은 의사로 하여금 글을 쓰게 만든 것도, 키토 아야([1리터의 눈물] 저자)가 희귀병으로 죽어가는 와중에도 일기를 남기고 기록을 멈추지 않은 것도, 외에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이들이 죽기 전까지 분명 글을 남겼을 것이라 확신하는 이유도, 죽음의 순간, 인간이 최소한의 에너지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창작활동이자 편리하게 자신을 남길 수 있는 행위가 바로 저작(著作) 활동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이들이 죽기 전 글을 남겼음에도 폴의 글이 특별했던 이유는 그의 특별한 상황 때문도 있지만, 책을 집필하고자 하는 본인과 주변 가족들의 의지 때문이며 그의 글이 가진 문학적 끌림 때문이었다 생각한다. 특히 폴이 죽음을 인지하고 똑바로 바라보았기에,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삶을 살아내며 2년 남짓한 삶 속에서 이 책을 집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일은 마치 조각을 하는 것과 같다. 조각가가 원석을 깎아내며 작품을 만들어내듯, 저자 역시 빈 공간을 깎아내며 글을 갖추어내기 때문이다. 단 조각가는 머릿속으로 99% 작품을 이미 완성하고 깎아내기 시작하지만, 저자는 깎아내면서 점점 작품을 완성시켜 간다는 면에서 차이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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