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 위패에 들어갈 한 문장을 쓰는 것

(21.12.09)

by 김옥미

7만원이었던가

사진이 들어간 돌아가신 엄마의 위패의 가격이 그 정도였다

그마저도 동생이 지불했다.


그래도 작가님인데

누나가 위패에 넣을 글귀를 쓰라고


글을 쓰는 사람이지만

위패에 들어갈 한 문장을 쓰는 것이

내 생에 가장 어려운 일처럼 느껴졌다


무난한 게 낫지,

평안히 잠드소서, 그런 거라던지

뭐라 떠오르는 말이 아무것도 없었다


위패에는 딸과 아들 며느리와 손녀가

그리고 배우자의 이름이 들어가고

겨우 비집고 한 줄 무언가 첨언할 수 있는데

그 한 줄 쓰는 일은 너무 버거운 일이다


엄마, 라 하기엔 아버지가 걸리고

배경씨, 하기엔 건방지고

하늘에서, 라기엔 투박하고

평안하시라기엔 비겁하고


다행히 예시 문구가 많더라

인생은 결국 사지선다 객관식이다

작가가 이거 한 줄 못 쓰냐고 타박하는데

타박할 만 하지, 맞는 말이라


위패의 문장이 결국 어떻게 쓰여졌는지

몇 주전에 보고 왔는데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때로는 엄마 얼굴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돌아보면 그 문구는

우리를 위해 써야 할 한 문장이었는데

엄마를 위한 문장을 무던히도 찾느라

나의 문장이 너무 초라해보였을까

나를 위한 문장이 그렇게 초라했을까


건방지든 비겁하든 투박하든

남은 건 산 자의 몫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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