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2.13)
배우 여러분께,
이 작품을 함께 만들어가기로 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대본을 쓰면서도 여러 번 생각했어요.
이 이야기는 혼자서는 절대 완성될 수 없고,
무대 위에서 배우의 숨과 몸을 만날 때에만 살아 움직이겠구나 하고요
이 작품 속 인물들은 자주 확신하고, 자주 흔들리고, 또 자주 스스로를 의심합니다.
“모든 걸 통제하고 싶다”, “편해지고 싶다”, “그래도 조금은 더 살아도 될까” 같은 마음들이 계속 오가죠.
아마 연습하면서 여러분도 비슷한 순간을 만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그게 아주 정상적이고, 오히려 잘 가고 있다는 신호라고 믿습니다.
이 작품은 정답을 잘 말하는 연극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진짜로 숨 쉬고 있는 사람을 무대 위에 올려놓는 연극이라고 생각해요.
대사를 ‘잘’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조금 막히고, 헷갈리고, 감정이 늦게 와도 괜찮습니다.
<체크메이트> 작품 안에서도 말하잖아요.
“드라마틱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여러분이 느끼는 불안, 망설임, 혹은 어떤 장면에서의 확신까지도
이미 이 작품의 일부입니다.
여러분 각자의 방식으로 이 인물과 나란히 서 있어 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이 작품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연습실에서도, 무대 위에서도
너무 혼자 버티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은 체스판처럼 보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혼자 두는 게임이 아니니까요.
끝까지 함께 가줘서 고맙고,
무대 위에서 여러분이 조금이라도 더 자유롭고, 조금이라도 덜 아프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저는 늘 이 작품보다 배우 여러분 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