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꺼내보기 힘든 것

by 여누

가끔, 별 생각이 없다가도 떠오르는 것이 있다

그것을 지칭하는 말은 무엇일까?


듣기만 해도, 보기만 해도 기분이 묘한 것이 있다

그게 너라는 사실을 너는 아마 모르겠지만


사실은 내가 너를 많이 좋아했었다고

아니 사랑했었다고 조금은 네가 밉기도 해서

너랑 관련된 순간들을 떠올리면

내 가슴이 너무 미어져서

스스로를 해하는 일이어서.


그래서 너를 떠올리지 않으려 애쓰다 보니

눈물이 참 많은 사람이 되었더라고


별 것도 아닌 거에 가슴이 저리고 눈물이 맺힌다고

그렇게 지내다 보면 네가 보고 싶어서

그래서 너와의 추억을 들여다보면 다시 또 무너지기에

나 자신이 역겨워서, 아니 사실은 네가 역겨워서

그 순간이 힘들어서 그런가 보다





사랑을 사랑이 아닌 말로 표현하면 무엇이 있을까?

너와 일생일대를 함께 하고 싶다는 말, 내 평생에 너라는 존재가 박혀있었으면 한다고 너무 깊게도 박혀서 찾지도 못하겠다고


네 눈을 들여다보면 푸른 하늘과 잔잔하게 흘러가는 바람소리

아름답게 지저귀는 새소리가 공존하는 세상이 보였다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어


네가 존재한 나의 모든 순간, 순간이 꺼내보기도 아까울 만큼 소중해서 숨이라도 잘못 쉬어 바람이 네게로 날아가면 사라져 버릴까 봐서

그렇게 너만을 아끼며 살다 보면 내 인생은 어느 순간 너라는 사람으로 가득해있을 거라는 걸 알기에

그 사실이 내게는 정말 사랑스러워서 그랬나 보다


너에게 전해주고 싶은 아름다운 말들이 우리가 지내는 세상에는 가득하게 차있기에




파란 하늘을 계속 보고 있으니 솜사탕 하나가 움직이더라고

시선을 옆으로 옮기면 더 큰 솜사탕이 같이 움직여주더라고

아름다운 광경에 시선을 빼앗겨 한참을 그러고 있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더라고,


다음 날이 되어서도 하늘을 보는데

아.. 이번엔 누가 또 우나 보네, 아주 서글프게도 우나 봐

잔잔하게 흐르던 것이 폭우처럼 쏟아지는데

내가 우는 건지 하늘에 있는 누군가가 우는 건지

나한테 착각을 주게 하니까.


그래서, 그래서.


닿지도 않는 것에 손을 뻗으니 잡히지도 않는 것이 나를 놀려대네

내 손 끝에는 허무한 공기만 남아 손바닥을 간지럽혀대네


그거라도 잡아보려 손을 꽉 쥐면 어느새 빠져나가 잡히지도 않아

어이가 없더라고 그게.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다음 기회가 있겠지

손바닥을 펼치고 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다 보면

나도 모르는 새에 손바닥에 앉아, 나를 보며 환히 웃어줄 것이야


그럼 나도 같이 웃어줄 텐데




혹여 찬바람이라도 쐴까 손을 덮어보고

열사병에라도 걸리면 어쩌지, 다시 손을 펴보고

이러다 감기라도 걸릴까 싶어 품에 가둬본다


톡 건드리면 부서질 것 같으니까

더욱 조심히 다뤄보는데도

너에게는 내 손길이 너무 거친가 보다


잔바람만 날려도 파스스하고 부서지네

가슴 아프게시리


재만 남아있는 너의 잔해들을 보니

아아, 후회가 밀려오는구나


차라리 건드리지 않았더라면

아니 내가 너를 만나지 말았더라면


그랬다면 내가 이렇게 무너질 일도 없었을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