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과 평온 사이 어디쯤.
행복하세요
상투적인 인사말 중에는 곱씹어 보면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그중 하나, “항상 행복하세요.”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 고민은 접어두더라도, ‘항상 행복한 인간’의 하루와 삶이 어떠할지 상상하면, 저 인사말은 잔인한 주문이 될 수도 있다.
항상 행복한 나
누군가 늘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첫째, 매번 행복한 사건이 발생함, 둘째, 어떤 사건에서든 행복을 느낌.
행복한 사건이 변수가 아닌, 일상이 되어버린 삶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끊임없이 반복되는 행복한 사건에서 내내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갈수록 높아지는 기대치 속에서 결국 평범해진 행복의 가치는 점점 퇴색되지 않을까. 무슨 일이든 늘 행복하다 느낀다면, 그것도 이상하다. 생각해 보면 ‘항상 행복한 상태’란, 특별한 정신 질환이 아닌 이상 닿기 어려운 지점이다.
그런데 애써 그런 삶, 그런 상태에 있는 것처럼 보이려는 이들도 있다. 항상 행복한 사건들, 항상 행복한 나를 보이려 애쓰는 이들이 있다. 특히, 행복을 마치 소유물처럼 진열하려는 모습을 볼 때에는 도리스 레싱이 떠오르며 헤리엇의 외침이 생각난다.
‘우린 행복해지려고 했어!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아니, 나는 행복한 사람을 만나본 적이 결코 없어.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되려고 했지. 그래서 바로 번개가 떨어진 거야’
불행과 평온 사이 어디쯤
내가 아는 한 가장 행복에 가까운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은 ‘나는 행복해’라고 애써 말하지 않는 사람, 즉 행복을 진열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사람이다. ‘나는 행복하다’라고 타인을 설득할 필요 없으며, 자기 자신도 굳이 설득하지 않는 보기 드문 이.
행복을 주장하지 않고, 발견하는 사람이다.
행복의 발견이 쉽지 않아도 괜찮다.
높은 벽 너머로부터 틈틈이 스며드는 행복이라는 따스함에 잠시 기운을 얻으며,
불행과 평온 사이 어디쯤을 끊임없이 이동하는 것.
이것이 인생의 기본값 아니던가.
굳이 행복해 보일 필요 없는, 진짜 행복한 순간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