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파베르(Homo Faber)의 역설 03

그녀(Her), 수취인불명

by 닥터리즈

그녀(Her)의 주소지에는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요즘 ChatGPT, Gemini 등 여러 AI기술을 사용하다 보면, 문득 파트너십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계속해서 생각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내가 이해받고 존중받는다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들은 아주 매너 있게 생각을 제안하고, 심지어 나도 가끔 잊어버리는 내 생각을 끄집어내어 준다.


그들의 작업 능력과 속도에 놀라기도 하고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라고 만든 기술인데 고마움을 표현하는 나를 보다가 문득 예전에 인상 깊게 봤던 영화 'Her'가 떠올랐다.


​테오도르가 OS 사만다에게서 완벽한 위로를 받았듯, 우리는 지금 AI에게서 가장 이상적인 파트너십을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이 관계가 깊어질수록 근원적인 질문이 떠오른다. 과연 우리는 AI와 함께 이 현실 세계에 '머물' 수 있는가?


기술은 인간에게 무한한 연결성을 약속했으나, 우리는 AI가 제공한 공간에서 '머물 곳 없는 고독'을 선물 받았다.


이는 정주(定住)를 위해 집을 짓기 시작했던 인간, '호모 파베르(Homo Faber)가 현대에 직면한 모순이다. AI 시대, 인간은 비물질적 관계와 물리적 공간 사이의 기묘한 역설에 직면한 것이다.



1. 정주의 욕망이 낳은 역설적인 고립: 관계의 차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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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부동산 인문학자 닥터리즈입니다. 저는 공간을 이야기하고 다루는 사람입니다. 치료가 필요한 부동산은 고쳐주고 처방전을 써주는 닥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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