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 위의 점심(Lunch atop a Skyscraper)
우리는 도구의 주인인가, 아니면 도구의 부속품인가?
인류의 역사는 도구의 역사였다. 호모 파베르(Homo Faber), 즉 '도구를 만드는 인간'은 거친 야생을 이기기 위해 도끼를 들었고, 추위를 피하기 위해 벽을 쌓았다.
인간이 만든 도구는 문명이 되었고, 그 문명은 우리에게 유토피아를 약속했다. 더 높고, 더 넓고, 더 스마트한 공간들이 우리 삶을 완벽하게 보호해 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지금, 당신의 삶은 안녕한가?
우리는 가장 높은 마천루를 세웠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가혹한 수직적 소외를 경험하고 있다.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스마트 오피스를 발명했으나 정작 '퇴근 후 안식'은 잃어버렸다.
안전한 아파트 단지 안에 몸을 숨겼지만, 벽 너머 이웃의 숨소리는 공포가 되었고, 내 몸을 완벽한 도구로 관리하기 위해 닭가슴살을 씹으며 화려한 디저트 카페의 사진을 소비하고 있다. 이것은 비극이자 기괴한 역설(Paradox)이다.
인간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발명된 도구들이, 이제는 거꾸로 인간의 시간과 공간, 심지어 영혼까지 규제하고 포획하는 거대한 감옥이 되어버린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지은 견고한 공간 안에서 서서히 소외되어 가는 '도구의 노예'가 되었다.
이제 닥터 리즈와 함께,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도시의 풍경 뒤에 숨겨진 불편한 진실을 파헤쳐보는 건 어떠한가?
이 책은 당신이 소유한 공간의 평수나 자산의 가치를 묻지 않을 것이다. 대신, 당신을 둘러싼 그 도구들이 당신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차가운 철근 콘크리트 사이에서 어떻게 인간의 주권을 되찾을 것인지를 물을 것이다.
그 첫 번째 질문은, 우리 시대의 가장 오만하고 눈부신 도구인 '하늘을 찌르는 거대한 사다리'로부터 시작된다.
시공간을 꿰뚫는 하나의 이미지
매년 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올해의 인물'을 선정해 온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는 인공지능(AI)의 발전을 주도한 기술 기업인들을 선정했다.
2025년 12월 17일, 타임지는 상징적인 표지 하나를 공개했다. 1932년 뉴욕의 고층 빌딩 록펠러센터 철골 위에서 점심을 먹던 건설 노동자들을 담은 유명한 사진 '마천루 위의 점심(Lunch atop a Skyscraper)'을 오마주한 것이다.
표지에는 AI 발전을 이끈 8명의 CEO들이 위험한 철골 위에 여유롭게 앉아 있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AMD의 리사 수,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엔비디아의 젠슨 황, 오픈 AI의 샘 올트먼,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월드랩스의 페이페이 리 등 AI 관련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다.
원작이 '물리적 마천루'라는 공간을 짓던 호모 파베르의 위험한 노동을 담았다면, 2025년의 오마주는 '알고리즘 마천루'를 지배하는 새로운 호모 파베르, 즉 기술 권력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대비는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AI라는 궁극의 도구는 인류에게 번영을 가져올까, 아니면 극소수에게만 부와 공간을 독점할 기회를 제공할까?
본 글은 이 상징적인 이미지를 해부하며, AI 기술 독점이 공간과 부의 격차를 어떻게 수직화하는지 호모 파베르의 역설을 통해 논하고자 한다.
1. 1932년의 망치와 2025년의 알고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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