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불을 켜고, 문을 닫는다.
나만의 의식, 퇴근 의식이다.
TV, 화장대, 침대, 책상, 책상 위 노트북, 그리고 벽에 기대 선 행거들.
아무도 말 걸지 않는 이 조용한 물건들이,
내 하루를 지켜봐 주는 것 같다.
리모컨을 들어 TV에 주문을 건다.
배불뚝이 TV는 대꾸하듯 웅웅 소리를 낸다.
적막을 깨는 첫 번째 소리.
침대 위 고양이가 기지개를 켠다.
기이하게도 긴 몸. 눌린 털. 못생긴 얼굴.
그 모든 게 부럽다.
못생긴 얼굴을 하고 나에게 무심코 스윽 와서 몸을 문지르고 간다.
등을 만져주려고 하니 내 손끝을 스치며 가버린다.
곁을 내주지 않는 녀석.
그녀만의 환영 인사법이다.
배라도 만지려고 하면 성질내는 그녀라, 그 정도 인사에 만족한다.
씻고 나와 편한 옷을 입고, 침대에 눕는다.
화장 지운 얼굴이 낯설겠지만, 나에겐 익숙하다.
고양이는 내 얼굴을 빤히 보며 그릉그릉 소리를 낸다.
‘누가 누굴 보고 못생겼다는 거야.’
그녀가 나에게 눈으로 이야기한다.
혼자인데 조용하지는 않다.
외로운데, 싫지는 않다.
심심하지만, 심심하지 않다.
편한 옷을 입고, 편한 얼굴로, 편한 내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퇴근한 후 시간은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곧 내일을 위해 잠을 자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이 시간이 아까워서 최대한 깨어 있으려고 한다.
좋아하는 향초를 골라 켜고, 이것저것 하다 보니
아파트 창밖의 다른 집 불빛들이 하나둘씩 꺼진다.
결국 나도 불을 끄고 이불에 들어간다.
창밖에 남아 있는 불빛들을 바라본다.
‘내가 마지막은 아니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