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출근합니다, 교실로

by 제난희

교실 문이 열리자마자 익숙한 목소리들이 튀어 오른다.

“Hi, Jessie!”

장난기 가득한 인사들이 교실을 가득 채운다. 나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숙제 노트를 걷는다.


“오늘 급식 뭐 나왔어?”

내가 묻기도 전에 아이들이 먼저 말문을 연다.

“쌤, 오늘 닭강정 나왔는데, 완전 대박 맛있었어요!”

“아니야, 난 떡볶이가 더 맛있었어.”

각자 말하느라 바쁜 아이들 사이에서, 내 귀는 마치 멀티 채널 라디오처럼 작동한다. 동시에 여러 이야기를 듣고, 기억하고, 웃는다.


숙제 검사를 마치고 테스트지를 나눠주면서, 이젠 내가 두더지가 되는 시간이다.

아이들을 지나가면서 매의 눈으로 관찰한다.

아이들의 긴장감 속에서 연필 소리를 들으며, 작은 움직임들 속에서 작고 큰 구멍들을 찾아본다.


다 푼 아이들은 자신의 시험지를 나에게 가져다주며 한마디씩 한다.

“쉬웠어요.”

“하나가 틀릴 것 같아요.”

“공부는 했는데, 다 못 적었어요.”

그 작은 말과 행동들이 나에게 무언가 말하고 싶어 한다.


그렇게 우리는 교실 속에서 많은 감정들을 공유하며, 서로의 구멍을 막아주려 한다.

어른이니까 아이들에게 늘 사랑을 주고,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맞다. 어른이니까 우리는 조금 더 친절한 어른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면 보낼수록, 가르치기만 한다고 생각했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에게 배우고 있었다.


가끔은 상담을 하다 보면, 나도 아이를 키우지만 ‘나도 저런 부모가 되어야겠다’ 싶을 만큼 배움을 주는 분들도 만난다.

하지만 반대로 마음이 무너질 만큼 속상한 일도 많았고, 이 일을 계속해도 괜찮은 걸까 흔들릴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한쪽 마음이 회색으로 물들어버리는 나를 바라보게 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다르다.

그 작은 존재들이 가진 솔직함과 순도 높은 핑크빛 감정들은 오히려 나를 물들게 한다.

말보다 먼저 전해지는 표정, 설명보다 더 솔직한 눈빛.

그 감정은 묘하게 단단해서, 나도 모르게 내 안의 무딘 부분들을 스스로 들여다보게 만든다.


함께 걷는다는 건 그런 거였다.

내가 이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나도 그들에게 이끌리고 있었다.

사제동행.

누가 먼저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배우며 걷고 있었다.

오늘도 나는 출근한다. 아이들 만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