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쌤쌤! 뻥이야~”
“아~”
반 아이들은 야유를 보낸다.
그런데 뒤에서 누군가 또 외친다.
“쌤쌤쌤!”
아이들은 우르르 자기 자리에 앉는다.
나는 여전히 창밖에 심취해 있다가 뒤늦게 반응한다.
‘벌써? 종이 울렸던가?’
그 순간,
무언가가 내 목을 확 잡아챘다.
갑작스럽게 목이 조여 오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손으로 목을 더듬었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주변을 둘러봐도, 목을 조이는 것이 보이지 않아 더 무서웠다.
‘설마, 여고 괴담에서 나오는 귀신? 지금? 진짜? 낮인데? 사람들도 많잖아?’
분명 날씨도 맑고 화창한 대낮에, 귀신이라니. 말도 안 돼.
짧은 순간, 오만 가지 생각이 휘몰아쳤다.
몸을 움직일수록, 목은 더 세게 조여왔다.
숨이 턱턱 막히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교실은 얼어붙은 듯 고요했고,
제자리에 앉아 있는 친구들도, 교탁에 서 있는 선생님도
그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볼 뿐, 누구도 다가오지 않았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목은 더 조여오는데,
조여오는 목이 공포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주는 공포인지,
아니면 나를 구경만 하고 있는 그들의 표정이 공포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소리쳤다.
“살려줘! 살려줘!”
“드르륵.”
의자 밀리는 소리.
나랑 엄청 친하지도, 그렇다고 안 친하지도 않은—
우리 반에서 뭔가 홍반장 같은 느낌의,
분명 같은 나이인데 언니 같은 친구가
조용히 다가와 내 목에 걸려 있던 ‘그것’을 풀어주었다.
그제야 알았다.
그건 귀신도, 괴담도 아닌—
그저, 블라인드 끈이었다.
망할 블라인드 끈.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그 일은 반의 작은 전설이 되었다.
그 일 이후,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가 그 장면을 만화처럼 그려 선물해 주기도 했다.
낙엽만 떨어져도 까르르 웃는 나이의 여고 시절.
고3을 달리고 있던 우리는, 한 공간에서 열심히 공부하며 대학에 가고 싶어 했다.
선생님들은 옆에 있는 친구가 너의 경쟁자라고 말했지만,
우리는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IMF의 여파로 어른들이 무척 힘들어했고,
그 힘듦은 우리에게도 스며들었다.
어떤 친구는 대학을 가고 싶었지만,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안고 조용히 공부했다.
다른 친구는 대학 대신 취업을 생각했고,
집이 좀 나아지면 다시 대학에 갈까 고민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함께 웃고, 울고, 기대며 하루를 견뎠다.
그리고 나의 블라인드 끈 에피소드는,
그 며칠 동안 모두를 웃게 했던—그 시절의 소중한 장면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