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누군가는 그 자리에 서야 한다

by 황희종

공직의 자리가

가볍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결정은 늘 어렵고,

설명은 따라야 하며,

결과의 책임은

언젠가 반드시 돌아온다.

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오고,

침묵은 또 다른 책임이 되며,

권한은 언제나 절제를 요구한다.

그 자리에 서 본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무게다.

그래서 때로는 묻게 된다.

이토록 부담이 큰 자리라면,

왜 굳이 그 자리에 서려 하는가.

조금 비켜서면 더 편할 텐데,

조금 늦추면 비난도 덜 받을 텐데.

그럼에도

누군가는 그 자리에 서야 한다.

공직은

영광을 얻는 자리가 아니라

부담을 맡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판단이 필요할 때

결정을 미루지 않는 사람,

결정 이후에

설명을 피하지 않는 사람,

결과 앞에서

한 걸음 물러서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이 없다면

조직은 멈춘다.

누군가는

마지막에 남아 있어야 한다.

어려운 질문이 남을 때,

서로가 눈치를 볼 때,

책임이 흩어지려 할 때,

그때 한 사람이

조용히 앞으로 나와

자리를 지켜야 한다.

그 모습이

화려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손해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직은 바로 그 손해 위에서

신뢰를 쌓아 왔다.

나는 공직을 떠난 지금도

그 자리를 떠올린다.

왜 그때 더 빨리 말하지 못했는지,

왜 조금 더 단호하지 못했는지,

왜 설명을 더 충분히 하지 못했는지.

그 아쉬움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지금도 이 글을 쓴다.

누군가가

같은 후회를 남기지 않기를 바라면서.

공직자의 품격은

완벽함에서 나오지 않는다.

다만, 피할 수 있어도 피하지 않는 선택에서

조금씩 만들어진다.

그래서 오늘도

그 자리는 비워둘 수 없다.

어렵고 부담스럽더라도,

결국 누군가는 거기에 서 있어야 한다.

독자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지금,

한 걸음 물러설 수도 있는 순간에

그래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까?

그 선택이 누군가에게

작은 기준으로 남을 수 있을까요.

매거진의 이전글[공직자의 품격] 절차는 설명을 대신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