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다시 생각하는 아버지(1)

지금 내 나이가 되어 다시 바라보는 아버지의 삶

by 황희종

나이 들어 아버지를 생각하면
이상하게도 예전보다 그분이 더 가까워진다.
젊은 날엔 그저 엄격한 어른으로만 여겼지만,
이제는 그분이 왜 그렇게 사셨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나이를 훌쩍 넘어선 지금,
나는 문득 그분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자식 걱정에 잠 못 이루고,
삶의 무게를 홀로 짊어졌던 내 모습을 생각해 보면,
예전 새벽마다 한숨을 내쉬던 아버지의 얼굴이 겹쳐진다.

세월이 흐르며 깨닫는다.
아버지의 고단함은 불평이 아니라 책임의 다른 이름이었다는 것을.
가난과 시대의 무게 속에서도
가정을 지키려 애쓰던 그분의 하루하루는
지금 내가 짊어진 책임과 다르지 않았다.

젊은 시절 나는 왜 아버지가 늘 조용하셨는지 몰랐다.
이제야 안다.
침묵은 체념이 아니라,
삶을 감당하기 위한 내면의 절제였다는 것을.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걱정과 무게를
그분은 묵묵히 혼자 견디셨다.
그게 그 시대 아버지들의 방식이었다.

나이 들어 아버지를 닮아간다는 말이 있다.
나는 이제 그 말을 이해한다.
말투 하나, 습관 하나,
심지어 손으로 무언가를 고치는 자세까지
어느새 아버지와 닮아 있다.
예전에는 피하고 싶던 모습이었지만,
이제는 그 닮음이 부끄럽지 않다.
오히려 그 닮음 속에서 나의 뿌리를 느낀다.

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아버지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어디에 두고 가셨을까.”
아마도 그것은
자식들이 자신보다 조금 더 나은 세상을 살기를 바라는
조용한 바람 속에 남겨두셨을 것이다.
그 바람이 나를 오늘까지 이끌어왔다.

이제 나는 안다.
아버지가 나에게 주신 것은 완성된 답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자세였다.
그 자세는 여전히 내 하루의 중심에 서 있다.
나 역시 언젠가 누군가의 아버지로 남을 때,
그분처럼 말없이 가르치고 싶다.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알았다.

아버지는 내게 ‘사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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